적상산 설경
산행지를 덕유산으로 정하고 떠났다.
며칠 새 한파주의보가 내려지고, 뉴스에서는 춥다는 앵커들의 숨 넘어가는 소리로 난리다.
덕유산 정상의 기상예보는 최고 영하 12도, 풍속 15m/sec, 그리고 눈이 온다고 하였는데
포근했던 올 겨울 날씨에 비하면 아마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울 것 같다는 생각에 포기를 했으면서도
가슴 한 켠에서는 이제는 없을지도 모를 가장 추운 겨울날씨를 한 번 맛 좀 보라고 꼬득이고 있었다.
추위에 약한 친구가 동행을 하게 되면서 머리속이 복잡해지기 시작을 하였고
적상산을 지날 때 쯤 구름에 갇힌 산의 정상부를 보면서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
적상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실 거센 바람에 실린 한기와 눈발에 화이트-아웃된 능선길을 걷는 것 만큼 곤혹스러운 것도 없다.
시야도 막히고, 수평으로 사정없이 날리는 눈발과 얼굴과 옷의 틈새를 찌르고 들어오는 한기는
능선상에서 제철 만난 것처럼 광기를 부리게 된다.
다행히 적상산에는 고요하게 서설이 내리고 있었고 8-900미터 고도에서부터 흰눈이 쌓이고
눈꽃이 핀 雪林지대가 반겨주고 있었다..
비록 한 겨울에만 맛을 볼 수 있는 광기어린 추위와 바람을 맛보지는 못했지만
아름다운 설경을 편안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순간의 선택이 가끔은 크나큰 결과의 차이를 보여준다..
설경과 어우러진 고풍스런 산성의 구불거림..
용궁 속의 정원..
고난과 극복의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아문 상처가 아름다워 보이고 있는 경이로운 나무..
가을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겨울을 즐기고 있는 단풍잎도 운치가 있어 보인다..
쥐똥나무 열매에도 눈꽃을 피웠다.
설국의 운치있는 골목길..
가을과 겨울 분위기를 섞어서 만든 정원 같은 분위기..
수십-수백년 동안 악조건하에서 위엄을 잃지않고 꿋꿋하게 이겨내고 있는 나무..
봄-가을동안 다양한 칼라의 옷을 입고 기다려주던 능선길이 모노톤의 칼라로 심플하게 코디를 하였다.
단순미가 주는 세련됨이랄까?!
분주하고 시끄러운 인적이 없이 고요, 정적이 깃든 능선길..
산과 일체감으로 몰입되어 산과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들이다..
겨우살이도 화운데이션을 신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