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덕유산으로. .
절기상 대한인 이맘 때 쯤이면 늘 '대한이 소한네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고 하며
소한 추위에 비해 비교적 덜 추운 대한이 늘 조롱당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올 겨울에는 이상고온현상 때문에 겨울이 푸대접을 받고 있어서,
위신을 잃고 초라해질대로 초라해진 겨울이 조롱에 가까운 멸시를 받으며
성급하게 겨울을 제껴놓고 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
그 기운을 알고 있었다는 듯
갑자기 겨울이 보란 듯 제 앙칼진 성질을 감추지 못하고
연일 씸통을 부리고 있다.
슈퍼 엘니뇨에 의한 이상고온,
그로 인해 북극 온도 상승과 북극의 한기를 벨트처럼 막아주던 제트기류의 약화,
그 틈으로 북극 한기의 남하. .
요즘 예상치 못했던 한파에 담긴 기상현상이 복잡하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는 어쩌면 얌전하던 겨울의 배반이자 반란인 듯 싶다.
덕유산 부근에도 연일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고 한파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
그 뉴스를 접하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던 나...
시간을 내어 덕유산으로 올라갔다.
그동안 심하게 불던 바람이 잦아들고 모처럼만에 나온 햇살은 마치 구세주이자 광명이었으나
정상 부위는 그래도 영하 17도라고 하였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차가운 한기를 뚫고 눈앞에 드리워진 덕유의 설경을 마주하던 순간. .
오 마이 갓..
신천지를 발견하고 기쁜 나머지 두눈을 의심하던 그 기분쯤은 되지 않더라도
산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에 버금가는 기분이었다..
은백의 산하가 밝은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새하얀 설경이 밝아서 눈이 부셨고 너무 아름다워서도 눈이 부셨다.
어찌 화장을 잘 했는지 근육 한 올, 한 올까지 잘 도드라지게 하여 입체감을 잘 살려내었다. 멋진 화장 기술이다.
남덕유와 서봉.
멀리 아스라히 그러나 선명하게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 .
하얀 은백의 향적봉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덕유산군 중의 하나이다..
겉과 속이 모두 다 아름다운 진정 아름다운 덕유..
할 말을 잃게 하는 설경 앞에서 내 마음 속도 이미 새하얗게 변했다..새하얗게. .
한파 속에서도 향적봉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
용궁속의 여행자들이거나 지옥의 순례자들 같기도 하다..
파란 바다 물 속 용궁의 정원..
향적봉에서 본 덕유산 품속..
지리산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능선이 구름 위에 아름답게 놓여 있다.
산 속에서 산을 찾는다.
후하게 내려준 하얀 눈세상.
눈을 즐길 줄 아는 나무들이 사랑스럽다.
푸욱 내린 눈과 맑은 햇살이 전해주고 있는 메세지는 행복과 평화, 경이로움, 환희. .
아장아장 걸으며 눈구경을 하고 있는 엄마와 아가 수리취
사람들을 동화의 나라 속으로 끌어들이는 마력을 가진 상고대. .
흰 배낭에 눈을 가득 담고 겨울 나들이 나온 주목..
향적봉. .
동화의 나라. .
동화 속 이야기들에 넋을 잃고 헤멘다. .
동화 속에서 헤메고. .
또 헤메이고. .
몇 백년간이나 추위와 폭설을 이겨낸 그래서 더 경이로운 주목. .
저것은 생명의 몸부림이자 환희의 몸짓이다.
생과 멸. .
죽은 가지에도 인고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
꿈 속을 헤메고 있는 듯. .
매순간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순간들이 그림이고 예술품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