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화엄사 흑매의 아름다움...

orius 2016. 3. 24. 14:21

이른 봄철의 꽃이라면 매화가 단연 으뜸이다.


그 매화 중에서 가장 고매함을 자랑하는 것이

화엄사 흑매와 선암사 선암매, 게다가 금둔사 납매, 기타 광양과 양산의 매화가

이름값을 하는 것 같다.


화엄사의 붉은 매는 너무 붉어 검은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흑매하고 불리며

수령 또한 4-500년 가량 된다 하였다.


붉으면 붉었지 검다니 그게 무슨말일까?!

가끔 선비, 문인들이 그 의미를 부여하고자 약간 과장하는 측면이 있었기에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게 일반인들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까? 하는 의구심을 품으며

가보게 되었다.


화엄사 경내에 들어서면서부터 그곳은 이미 매화향으로 가득했고

입구의 홍매부터 야리꾸리한 색감과 그윽한 향으로 정신을 혼미하게 해주고 있었다.


차례로 백매, 청매를 거쳐 드디어 각황전 옆의 흑매가 보이고

한걸음에 달려가서 마주하는 순간 숨이 콱 막혔다.


설마? 하고 왔다가 뒤통수를 크게 한 방 맞은 꼴이었다..


멀리는 지리산, 노고단의 큰 품과 가까이에는 고풍스런 사찰 건물과 어우러져

화사함이 도드라졌고, 그러기에 그 화려함이 날날하지 않고 더 기품이 있어 보였다.


또 요란하게 튀지 않는 그윽한 향은 맡으려면 없어지고,

내려놓으면 슬며시 마음 속으로 들어와 밀당을 하며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

마치 조선 시대 선비들의 애간장을 태우던  명기의 절제된 춤사위 같았다..


수령 450여년..

바위 틈에서 영양분이 될 만한 것 하나 얻어 먹지 못하여 몸기둥은 비록 비루해보이지만

화사한 수만 송이의 매화를 달고 있어  감히 범접을 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아직 이파리도 없고, 줄기는 말라 비틀어지고, 수 많은 흠집을 가진 검고 딱딱한 나무가지에서

어떻게 저런 화려한 꽃송이를 피워 낼 수 있을까?!


저 고매는 아마도 인간이나 자연이 아닌 부처님의 공력이나 보살들의 불심이 아니면

도저히 피워낼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붉다 못해..검은 매화..흑매...


지구별 여행 중 얻은 귀한 보물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