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날 이른 아침 실상사에서...
토요일 새벽..
미리 준비해두었던 배낭을 들고 새벽 4.30분에
곤하게 잠을 자고 있는 아내를 깨우지않으려고 조용히 집을 빠져나왔다.
날이 모처럼 미세먼지 없이 쾌청할 것 같다는 기상예보와,
아내도 집에서 편히 쉬고 싶다고 하여 천왕봉을 오르기로 결정을 하였더니,
아내가 미리 식사와 반찬거리를 준비해주었다.
자유..산..그것도 지리산 천왕봉..
마음은 벌써 진분홍 진달래가 붉게 펴서 난장을 이루고 있을 천왕봉을 그리고 있었다..
새벽에 부푼 가슴을 안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만큼 기분이 좋은 것도 없다.
어스름하던 시야가 한꺼풀씩 벗겨지며 페이드인되는 산야..밝아오는 하늘..
그리고 나만을 위해 깔아놓은 듯한 텅빈 고속도로..
조용한 클래식음악을 틀어놓고 달린다..
함양을 거쳐 인월을 빠져나와 백무쪽으로 접어들었는데
자욱하게 낀 안개 속에서 차창 밖으로 실상사가 보였다..
참...오늘이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던가?!?
북적거릴 대사찰이 아직은 새벽녁이라 조용할 듯하여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들어갔다.
인적없이 조용한 실상사가 새벽 안개 속에서 조용하게 몸단장을 마치고
찾아올 불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절..
새벽 맑고 정갈한 기운 속에서 가끔 풍경소리만 스치고 지나가는 이 분위기가
가장 잘 어울리는 컨셉 아닌가?!?
조용히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 동안 스님과 행자 두어분, 그리고 부처님만
맑은 인연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가장 아름다운 솟대
아직도 잊혀지지 못한 넋들이 위로받고 있었다..
가는등갈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