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TMB(Tour-de-Mont-Blanc) 넷째날 - 본 옴므 산장에서 세느고개로

orius 2016. 9. 6. 09:49

좋은 산행 중 유쾌하지 않았던 에피소드 하나..


나는 원래 어디를 가든 먹는 거 가리지않고 잘 먹고, 잠도 잘 자는 편이다.

또 아름다운 정취에 쉽게 취하며,  충분히  즐기자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비록 높은 산장에서 먹는 빵, 스프이지만

모든 것을 맛있게 먹고, 커피, 와인도 적극적으로 즐기려 하였다.


산장에서 하우스와인 한 병에 25유로 쯤 하였는데 만족할만한 가성비였다.

이 머나먼 이국 땅, 이 높고 아름다운 산장의 분위기에서

멋진 산행을 마치고 와인 한 잔 하는 것 당연한 것으로 알고 시키게 되었고..

한 잔 씩 따라주려니 분위기 뜨악..

안 먹겠다, 못 마시겠다. 잔을 받는데 별로인 것 같은 분위기..

나만 신나서 마시게 되었고..모두들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거절..

눈치를 챈 아내는 다들 싫어하는 술을 왜 권하고, 당신만 술을 마시니 술 주정뱅이라도 되느냐 질책..


다들 내맘 같이 좋아할 줄 알았지만 각자 취향은 다를 수 있다는..

그래서 공동 비용이 아닌 내 개인 돈으로 지불하고 뜨악하게 쓴 술을 마시게 되었다..

씁쓸하였지만 어쩌랴.. 각자 취향이 다흐고, 즐기는 방법들이 내맘 같지 않은 것을..






홀로 산책을 하는데 반갑게 인사하던 우리나라 아가씨

혼자 무거운 텐트를 짊어지고 야영을 했고, 무거운 짐 때문에 카메라를 빼고 올 수밖에 없었는데

아름다운 경치 때문에 아쉬운 표정이 말과 얼굴에 가득..

이런 곳까지 텐트를 지고 와서 야영을 할 생각을 어떻게 할 수가 있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용기는 어떻게 나왔을까?!

사진을 여러장 찍어 다녀와서 메일로 보내주었다..



















식사하고 떠나려고 하니 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날리기 시작.. 불안과 실망감이 쌓이기 시작..



고개로 올랐다가 점점 쎄어지는 빗줄기에 다시 산장으로 내려와 상의를 한 끝에 코스를 변경하여 내려가기 시작..



비, 바람이 부니 기온도 많이 내려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부드러운 솜털같은 cotton grass..












                      다행히 비가 그치고 기온도 올라가기 시작..



굳이 등산이 아니라, 푸른 초원 위의 놀이마당 같다..



국기로 소박하지만 멋들어지게 디자인 된 이정표..






멀리 양떼 목장..










































사피유 마을..



사피유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어느 마을로 이동하여 다시 산행 시작..






끝도 없이 나타나는 들꽃들에 취하고..



초원 위에 드리워진 설산에 취하고..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법한데 말없이 사뿐사뿐 오르는 아내가 신기하고..













구불구불 부드러운 곡선으로 오름길..






누에가 실을 뽑듯.. 점점 길게 드리워지는 지나온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