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 둘째날(천왕봉 일출)
가끔 지리산 종주를 편하게 해보려고 계획하다보면
늘 산장 예약에 발목이 잡혀 주저앉게 된다.
특히 장터목 산장이 그렇다.
새벽에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가까운 장터목 산장에서 자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몰리게 된다.
이번에는 주중이고, 날이 갑자기 추워지는 관계로 요행스럽게 예약이 가능했던 것 같다.
푸근하게 지리산의 정취를 즐기려던 것이 사치였던가?!
모두들 즐겁고 기분좋은 마음들이 나보다 컸던 것일까?!
너무 시끄럽다...
좋은 기분들을 풀어내는 방식이라면 너무 유치스럽다..
바로 옆, 주변에 산객들이 많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치 소음 경진대회, 스트레스 해소대회라도 열고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망 좋던 알프스의 산장..
사람들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겨운 대화소리가 구수하게 들리고
가벼운 맥주, 와인, 커피향이 드나들고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기분좋게 하던 눈빛, 눈인사들..
아..
우리는 언제쯤 업그레이드된 선진 산장 문화를 꿈꿀 수 있을까?!
랜턴을 켜고 어둠속을 밝히며 미명에 잠긴 아래 세상을 탐한다..
미명 속의 덕유 능선이 정겹다..
덕유눙선이 마치 파도치는 망망대해 가운데 다도해가 된 듯하다..
여명이 가야산, 팔공산을 깨우기 시작..
가야산
중산리..
한 겹씩 벗겨지는 어둠..
감쌌던 어둠이 벗겨지고 장쾌함을 드러낸 지리산 능선..
이런 환상이 처음인 처제의 환호..
3대가 덕을 쌓아야 일출을 본다고 했다..
좀 더 덕을 적선하고 오란다..
하산을 시작..
일출은 하나의 요식 행위일 뿐..
새 날이 시작하는 장엄한 대하드라마도 메인이다..
아직도 산야가 깊은 잠에 들어 있어 정적이 두텁게 쌓여있다..
오늘 걸어야할 능선길이 발아래에서 길게 꿈틀거리기 시작..
마치 지리산 수호신 같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역시 모두 다 지리산스럽다..
그래서 지리산..지리산...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제석봉..촛대봉..세석.. 벽소령..연하천산장까지..가야한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팔팔하던 기운을 전해주던 구상나무..
모든 것을 내려놓고도 우아한자태로 꿋꿋하게 서있다..
홀씨되어 엄마품을 떠나기 시작하고 있는 수리취
모든 소망 들어주시고..
오늘 유별나게 낯을 가리는 햇살이 멀리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고..
산의 품에 안겨보는 그 느낌을 알까?!
전에 천왕봉 일출 보러 왔다는 핑게로 가지않고 아침 준비를 하고 기다리던 아내..
녹두죽과 과일, 커피로 장터목의 아침 식사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