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 셋째날(화개재-성삼재)
8시에 연하천산장 출발하여 오후 4시에 성삼재에 도착..
행복한 지리산 종주를 마쳤다.
다행히 걱정했던 날씨가 의외로 포근하고 화창했던 것과
아내와 처제의 걸음걸이와 다리 및 체력에 문제가 없었던 것도 지리산이 준 축복으로 받아들였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안치환의 걸죽한 목소리로 절절하게 부른 이원규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을 들으며
종주를 했던 지리산 능선길로 빠져들고 있었다..
가슴이 뜨거운 기운으로 울컥해지고, 아름다운 기억 속으로 몸이 녹아들고 있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나는 '견딜만 하면 오지 마시라'라는 마지막 구절이 참 마음에 든다..
견디기 힘들면 언제나 오라는 말이...
아름답고 행복했던 지리산 종주를 하게 됐던
아내, 처제에게 감사를 드리고 무사히 마친 종주 축하한다..
화개재에서 삼도봉 오르는 600개 남짓 계단길도 여느 때 같으면 힘이 들텐데
즐거운 마음으로 오르고 있다..
멀어지고 있는 토끼봉
삼도봉에서..
토끼봉, 천왕봉을 뒤로 하고,,
개쑥부쟁이에서 가을사냥에 빠진 나비들..
노루목에서 본 노고단까지 능선길..진초록이 지쳐 힘이 많이 빠지고 있다..
기분 짱!!!
죽어서도 등걸을 내주고 있는 고목..
임걸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
용담
가까워지고 있는 노고단
드디어 노고단에..
늘상 저기에 서있던 저 이정표인데 지금은 소중한 추억이 되어..
왔노라..사랑했노라..
성삼재로 내려가며 ...
벌개미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