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 일출
해가 바뀌는 첫날이면 해맞이 인파로 전국 유명지가 북적거린다.
매일 뜨고 지는 해가 해가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한 해의 소망과 안녕을 빌면 뭔가는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하게된다.
새해 부푼 기대를 하며 첫날부터 북적거리는 인파들 틈에 끼여
해돋이를 보러 올라간다고 해도 그때마다 쨍!! 하고 맑은 해가 떠오르는 것도 아니다.
불행히도 추운 새벽바람 속에서 기대하던 해가 검은 구름 속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주저앉게되면
새해 첫날부터 여간 기분잡치는 일도 없다.
새해 첫날을 하루 앞둔 올해 마지막날 일출을 보러 덕유 동엽령을 올랐다.
사람도 없고, 예보상 하늘도 맑다고 하여
느긋하게 해맞이를 하려는 잔꾀를 부린 셈이다..
칠흙같이 어둔 칠연계곡을깨우는 큰 물소리, 솟아오르는 땀방울,
좁은 계곡 위에 걸린 맑은 하늘, 이따끔씩 울어대는 이름모를 구성진 새소리..
잔꾀부린 것을 아는 지 다행히도 동엽령에 오르니 여명의 노을이 붉어지고 있었다..
하늘을 나는 용 한마리가 마치 떠오르는 해를 향해 오르는 이카루스 같다..
구름 위로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햇살..
어둔운 마음을 밝게 하여주옵소서..
오늘 하루, 이 시간 여기에 와서 즐겁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 다 가진 것이지..
유쾌, 통쾌, 상쾌한 하루..
만사형통하게 하여주옵소서..
이미 그대는 세상을 다 가진 것이다,,
늘 V자를 그리며 살아보자..
세상 만물에 골고루 찬란한 햇살을 주고 있다..
세상 미물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아름다운 곳..
찬바람 가슴 속을 파고들수록 인간의 의지는 강해지는 법..
수리취들의 겨울 이야기들..
붉게 물든 덕유능선의 하얀 겨울
오래 머물자니 찬바람이 몸속을 파고들어 손가락에 감각이 없어져
능선 산행을 포기하고 내려왔다..
오랜만에 보는 서릿발..
계곡에 가득한 겨울 노래들이 정겹다..
용추폭포에서..
할 수 있을 때까지 객기는 계속될 것이다..
영롱한 보석같은 얼음, 고드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