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대둔산 설경1
또 한 해의 설날을 보냈다.
어렴풋하게 생각나던 설날은 예,닐곱살 때 쯤부터인 것 같다.
그때 시골은 대단히 추웠었고
설빔으로 장에 나가셔서 사오신 깨끗한 양말..
강가에 있는 방앗간은 집에서 꽤나 먼거리..
어머님과 함께 아버님께서 지게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가래를 지고 와 내려놓으시자마자
동생들 병아리떼 몰려들 듯 모여들어 한 가래씩 얻어 맛있게 먹던 기억..
따뜻하고, 구수하고, 보들보들하던 떡가래..
차례지내기 전에 몰려든 할아버지, 당숙, 아이들 마당, 방에서 북적거리고
차례지낸 후 좁은 상 한 구석 차지하고 정신없이 먹던 떡국..
그때에는 쌀이 귀했던 때라 지금 맛있는 소고기국보다 더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설을 보내면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말에 무슨 의미가 담긴 줄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덤덤하게 보냈는데 알게 모르게 벌써 60살을 채웠다니...
해가 갈수록 세월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똑 같은 템포일텐데도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기분은 영 다르다..
매일같이 주어지는 하루, 한 해는 분명 귀한 선물이다.
그 선물 받아서 물 쓰듯 하기에는 이제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드니
조금 더 시간과 시간 사이의 여백을 줄여 귀하게 써보기를 기대한다..
친구와 민주지산을 계획하고 출발하였다가 날이 춥다는 예보에 대둔산으로..
배티재 - 오대산 갈림길 - 낙조대 코스로 올랐다..
오를수록 깊어지는 설경..
구름 속에서 아름답게 화장 중인 대둔산..
걷기에 운치있는 길..
눈으로 화장을 한 산죽들도 운치를 더하고
점점 가까워지는 대둔산 암릉..
조망처로 멋진 생여덤에서..
겨울에나 볼 수 있는 산의 우람한 근육질..
한 편의 수채화이자 시이고 수필이다..
점점 깊은 겨울왕국 속으로..
목을 젖혀야 볼 수 있는 추상적인 겨울왕국의 하늘..
겨울에 잘 어울리는 다홍색 재킷..
낙조대에서 보이는 대둔산 주능선..
오대산과 태고사계곡..
물개바위
배가 고픈지 가까이 다가와 머뭇거리는 곤줄박이 한 마리
점심을 먹으려 털푸덕 주저앉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햇살에 따라 계속 변하는 설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먹던 빵을 던져주니 정신없이 쪼아대고 있다..
체면불구..
유구무언..
스마트폰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 몇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