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변산 쇠뿔바위봉에서1

orius 2017. 9. 11. 17:15

등산행선지를 계획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혼자 떠나거나 이미 결정된 산행을 따라 나서는 것보다

내가 가이드를 해야하는 산행은 목적지를 정하는 것부터 머리가 복잡해진다.


동반자의 보행 상태와 선호도, 날씨와 최근 기상, 출발부터 도착까지 소요시간,

운전자 상태, 가고 오면서 식사 문제 등등..

귀찮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니만큼

다행히  싫증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며칠간 가을 날씨처럼 선선하던 날씨가 갑자기 무더워졌고, 미세먼지로 공기질도 좋지않아

숨을 헐떡거리며 빡세게 걷는 산행은 좋지않을 듯하여 머리를 굴리다가 갑자기 변산 쇠뿔바위봉이 떠올랐다.

그런 면에서 그날 그날 산과의 인연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어떤 날은 손쉽게 떠오르는 산 이외에 생각지도 않은 산이 생각나기도 하니 말이다.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문득 스쳐지나가던 변산 마실길 2코스에 붉노랑상사화가

피어있다는 것을 보게 되어 이참저참 그곳을 최종 목적지로 하고 쇠뿔바위봉을

거쳐갈 속셈이었다.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김제평야는 황금들녁이 숙성되고 있었다.

병충해나 엎친 것 없이 풍성하게 보이는 풍년 들녁은 보기만 하여도

배가 부르고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지나가다 차를 세웠다..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아름다운 풍경이다..



황금들녁의 아날로그적인 서정시..







어수대로 접어든다.



                           애기나팔꽃



병풍바위가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저 능선으로 올라서 걷게 된다.









잠시 매창의 흔적을 되짚어 본다.


촌은 유희경을 떠나보내고 읊은 연시..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유희경의 시

그대의 집은 부안에 있고

나의 집은 서울에 있어

그리움 사무쳐도 서로 못 보니

오동잎에 비 뿌릴 제 애가 탄다오


허균의 글..

계량은 부안의 기생이다.

오래 사귀었으나 몸은 나누지 않았다.

그녀는 음란함을 즐기지 않았고 나는 난잡함에 미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오래  우정울 지속할 수 있었다.

이제 그대가 나를 버리고 떠나니 나는 슬픈 눈물로 그대를 전송한다.

꽃다운 넋이여 고이 잠들라..




매창의 혼이라도 만나거든 인사 여쭙더라 전해다오..






미세먼지로 시계가 좋지않다..



올라갈수록 점점 더 많아지던 닭의장풀..












드디어 동쇠뿔바위봉이 보이고..



멀리 의상봉도 보인다..



아래에서는 잡풀처럼 존재감없이 지천으로 나뒹구는 꽃인데

산 능선에서는 더 짙은 색감으로 호소력이 깊다..



퐁당 빠져들 것만 같다..



점심식사를 하며 쉬던 곳..









멀리 울금바위도 보이고..



알프스 하이디 아줌마 같은 분위기..



고래등 바위를 밟아 내려가며..



                         반대편 서쇠뿔바위봉 전망대












                          고래등바위



                         동쇠뿔바위봉에서..















멋들어진 도토리..



서쇠뿔바위봉과 고래등바위를 바라보며..






다시 고래등바위를 오르며..





















                         좀바위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