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따던 날..
어릴 적 집집마다 울안에 있던 감나무는
요즘으로 치면 생각날 때마다 간식거리를 사먹을 수 있는 동네 슈퍼마켓에
다름이 없을 듯하다.
배고프던 시절 감나무가 주던 간식거리는 예쁘게 피던 꽃부터 시작하여,
진초록 풋감이 엄지손가락 한 마디쯤 되기 시작하여 떨어지면
누가 먼저 주워먹을까봐 아침 일찍부터 나무 아래를 서성거렸고
점점 커서 홍시, 울쿤 감, 곶감, 차가운 겨울 추위가 박힌 연시까지
고구마와 함께 배고픔을 달래줄 간식거리나 다름없었다.
가을이면 감나무에 올라가 긴 장대로 감을 따던 일들은
아무리 팔이 아파도 고통이 아니라 먹거리를 수확하는 즐거움이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좋아지면서 언제부터인가 자연의 간식거리는
마켓에서 사는 간식거리로 대체가 되었고, 입맛에서도 잊혀졌다.
운이 좋게도 친구가 시골에 텃밭을 마련하면서 밭 주변에 있던 감들과 재회를 하게 되었다.
고욤, 삐주리, 월하, 납작감들이 이제는 단감, 대봉감으로 진화를 하여
맛이나 당도가 예전의 감에 비히면 월등하게 좋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생활패턴이나 입맛의 변화로 인하여 어리거나 젊은 세대들에게는 푸대접을 받고 있고
단지 구세대 간식거리로 전락하였다.
감나무마다 가을과 시골 정취, 더 나아가 어릴 적 추억의 서정들을 빨갛게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데,
인건비도 안나오는 천덕꾸리로, 노동력을 요하는 일감으로만 달려있다.
된서리와 눈, 한기를 맞아 감이 마치 꿀을 빨아먹는 것처럼 달착지근하다.
시퍼런 하늘에 달린 빨간 감을 긴 장대로 꺾어내릴 때마다
어릴 적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씩 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