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수자굴 역고드름
orius
2018. 2. 20. 14:49
겨울, 그리고 추위는 온 세상을 얼려버리는 무법자다.
특히 밤에는 마치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듯 무법천지가 된다.
무섭고 음습하고 차갑고 또 딱딱하다.
해마다 이 때쯤이면 구천동 계곡 오수자굴에서는
겨울내내 추위가 얼린 또 다른 특별전시회가 열린다.
덕유산이라는 특별한 기운이 빚어내서 그러한지
여타 험한 기운보다는 친근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보통 고드름은 외로움에 지쳐 아래 방향으로만 늘어지는데
여기에서는 견우, 직녀 애타는 사랑을 하듯
그 기다림이 넘쳐 아래에서 더 성급히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마치 이 동굴 속이 사랑 가득한 밀실이라도 되는 듯..
야릇하고 그 사랑이 영롱하기까지 하다.
매번 같은 물방울이 똑같이 떨어질텐데
빚어놓은 모양들은 천차만별이니
물방울마다 제각각 성질이 다르고
공간마다 들어앉은 한기도 손길이 다른가 보다.
올 해에도 잠시 작가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홀로 들어가
오수자굴의 고드름 아트전을 맘껏 음미해볼 수 있음은
행복이다.
이렇게 또 한 겨울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