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금산 보리암 오름길(두모계곡)

orius 2018. 3. 15. 14:51




이른 새벽 일찍 집을 나서는 것만큼 가성비가 좋은 것도 없다.

새벽녘에는 시가지뿐만 아니라 도로 사정, 관광지, 휴게소 모두

조용한데다가 여유가 있고, 하루를 길게 보낼 수 있어서도 좋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 먹고, 차 한 잔 마신 뒤

구례 산수유 시목지, 광양 매화마을을 거쳐

남해 금산으로 차를 몰았다.





완연한 봄기운과 미세먼지 없는 맑은 공기가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하고

화창한 봄햇살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한

파란 남해 바다와 초록으로 뒤덮힌 너른 마늘밭이 봄으로의 여행을 즐기게 해주고 있었다.

맑은 날 파란 바다만큼 가슴을 뚫리게 하는 것도 없다.






금산 보리암을 걸어서 올라가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나이를 먹으니 얼마되지 않을 듯한 과거사를 셈해볼 때마다

흠칫 흠칫 놀라게 된다..

20년쯤 되었나?!?!

아니 벌써 그렇게까지나?!?!

그럴 때마다 기운이 빠지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옛 기억으로만 왔으니 착오가 생길 수밖에..

오르는 길이 하나인 줄 알고 차를 타고 가다가 주차장과 들머리가 보여

무심코 내려 준비를 하고 올랐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이렇게도 깜깜하게 잊었구나...

20년이나 흘렀는데 뭘..

그래도 그렇지?!


이 코스가 개방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었고

그래서 생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나중에 내려오면서야 알게 되었다.

인적이 적은 코스라서 고즈녁하고 조용하였다.

급하지 않고 산책삼아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코스였다..





徐市過此라 석각된 것이라는데 알아보기는 어렵다.

진시황이 불노초를 찾아오라고 보낸 부하 서불이 이곳에 와서

찾지 못하고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긴 것이라는데...





얼마쯤 오르니 꽃대를 세운 얼레지 이파리들이 즐비하게 보이더니

급기야 활짝 피운 얼레지꽃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곷을 피우려면 앞으로 많이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마치 한 계절을 앞선 것 같은 기분이다.








생각지도 않게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반갑고 기분좋은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마치 이곳 얼레지꽃들이 나를 여기로 부른 것처럼...

사랑스럽고, 반갑고, 반갑고, 또 반갑고...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남해 바다..

금산을 오르면서 보게되는 아름다운 조망들은 

보리암이 주는 선물이다..  


















갑자기 나타난 부소암이라는 표지판..

여러 번 왔었음에도 듣도 보도 못한 부소암이라니...

호기심에 끌려 들어갔더니 그곳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니고

부처님 사시는 불국정토 같았다..


가장 아름다운 찬사를 보낼 수 있는 명당, 명찰 하나를 추가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이런 곳을 모르고 지냈다는 것이 신기하고 아까웠다..



























이 암자는 스님 수행처로 닫혀있다가

오픈한 지 얼마 안되었다 한다.

들마루에 앉아 행자 스님이 내어준 차를 마시며 잠시 세속을 잊어보았다..














부소암의 '암'자가 temple이기도 하고, 또  rock이기도 한 모양이다..

부소암이라는 암자 뒤의 바위가 인간의 뇌를 닮은 부소암이기도 하다..























금산은 상사바위에서의 조망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보리암을 감싸고 있는 암봉들과 올망졸망 섬들을 안고 있는 바다가 아름다운 곳이다.























여수만 너머 돌산도와 향일암이 아스라히 보인다..








금산 봉수대에서..(해발 70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