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설악산2
가을 하늘,
날씨,
미풍,
기온,
단풍..
모든 게 등반을 하기에
최고의 조건들이었다..
시작부터 이내 펼쳐지는 용아릉의 거친 오르내림..
오르고 내리는 손과 발 동작을 잡아주던
나무 등걸이나 뿌리,돌뿌리들
그 하나하나에도 감사해야 했다..
용아릉은
밖으로는 공룡능선과 서북주능으로 둘러쌓여 있고
안으로는 구곡담, 가야동 계곡 속에 숨겨져 있는
내설악의 가장 깊은 속살이다.
공룡능선 등반이 거친 암릉 사이를 드나든다면
용아릉은 암릉을 타고 거칠게 오르내린다.
디디고, 잡아채고, 당기고, 뛰어 내리고...
계속 반복되는 아슬아슬, 어찔어찔, 쫄밋쫄밋, 켕기다가,
화악 풀어지는 정경들에 몽롱함...
아마도,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에
더더욱 정감어리고 많이많이 담고 싶은 욕망들..
그렇게 소중한 경험으로 간직해왔던 용아릉이었건만
40년전 쫄밋거리며 올랐던 개구멍바위 이외에는
어느 것 하나도 반갑게 인사를 할 기억들을 찾아내지 못했으니
마치 방전되거나 화이트아웃될 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던 것이었다.
아마도 그때에는
오로지 죽지않으려고 매달리고, 오르기만 했었으니
아름다운 경치를 담아갈 여력이 없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용아릉에서 보는 공룡능선의 또 다른 모습..
발 아래 깊숙히 패여 또아리를 틀 듯 흐르고 있던
구곡담, 가야동, 백운동계곡..
계곡과 암릉을 뒤덮고 있던 단풍..
설악의 품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오세암..
나의 짧은 글, 한정된 감성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비경이었고 절경이었다..
하루빨리 등반금지가 풀려 언젠가 다시 한 번
편하게 감상을 하며 오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