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225'18 계룡산에서

orius 2018. 12. 26. 14:51






오늘은 성탄절..


X-mas 카드 주고 받고,

길 거리마다 크게 울려 퍼지던 캐롤 송..

화이트 크리스마스, 루돌프 사슴, 산타 할아버지,

구세군의 종소리, 양말과 선물..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희망과 꿈을 잃지않던 마음들..


흐르는 세월을 따라 많은 것들을 잃었지만

크리스마스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한 줌 하얀 눈마저 보이지 않는 겨울답지 않은 날씨에

살아가는 마음들마저 날이 서있는 요즘이다..

 














나에게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길 때만큼

행복한 것도 없다.


오늘 성탄절인데도 내게 그런 시간이 주어졌다.


나만의 마지막 송년 산행..

계룡산으로 가서 용의 등줄기를 밟아보며

기운을 얻고 싶었다..

























박정자에 주차하고

장군봉-배재-남매탑-삼불봉-관음봉-연천봉까지

밟아오른다...










쫄밋쫄밋하게 로프를 잡고 오르내리던 바윗길들이

안전하게 철계단으로 단장되어 있어 쉬워졌지만

마음 한 켠에 무언가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도 든다..












숲을 가득 채우던 이파리들 다 내려놓고

가열찼던 생을 잠시 쉬고 있는 나목들을 보며

나도 영혼의 쉼과 여유를 찾아본다.


홀로 그 여유를 즐기며 걷고 있는데

반대로 길을 거스르며 다가오던 반가운 얼굴..

서로 웃음지며 너..네가...하하하...친구다.


반가움 중에서 급이 다른 반가움이다..
































닭의 머리를 한 용이 용트림하고 있는 산...

계룡산...

그 용의 등줄기에 해당하는 장군봉-관음봉 능선을

밟아 오르며 힘센 기운을 얻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그 용의 등줄기에는 언제부터인가 쇠막대, 철계단, 나무 데크들이

셀 수 없을만큼 엄청 박혀지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의 기운을 끊겠다고

일본놈들이 산에 박은 쇠막대를 뺀다고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이것과는 뭐가 다를까?!


그 이론대로라면

계룡의 용은 등에 박힌 쇠막대들 때문에 

힘차게 용트림할 기운을 다 잃고 늘어져있을 듯하다..
























눈 흠뻑 쌓이고

살을 에이는 바람과 함께 날리는 설연..

그 겨울산 다움이 없는 황량함...


그래도 산이 좋다..

계룡산이 좋다..





























계룡산 중에서도 이 능선길이 좋은 것은

발걸음마다 단단한 바위들을 밟고, 넘어서는 일이다..

그때마다 느껴지는 심장의 고동과, 땀방울과,

딴딴하게 느껴지는 근육...






















정상에 서면

천하를 다 가진 것 같은 희열감, 포만감..

중독성 짙은 마약이다..
















겨울산은

산의 내밀한 속까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



















연천봉에서 조망되는 쌀개능선..

아쉽게도 지금은 막혀있다.

언제나 걸어볼 수 있을까?!

























연천봉-등운암을 거쳐

은선폭포-동학사-원점으로  하산을 했다.

















나무에서도 함께 한 40년 이상의 세월이 남긴 자취가 역력한데

하물며 세월이 내게 남긴 흔적은 얼마나 크고 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