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19 가을 설악에서(희운각-대청봉-희운각-천불동계곡)
수려한 설악이 철마다 옷을 갈아 입는다.
신록, 운해, 단풍, 눈...
어느 것을 걸쳐도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빨간 단풍으로 코디를 한 설악의 명징한 아침을
두 다리로 포식을 하였다..
03;10 설악동을 출발하여
06;00 마등령을 거쳐
09;10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하여
신발을 벗고 퍼질러 앉아
아침 식사를 하였다.
맑은 아침, 공기, 시원함, 칼라풀한 단풍들로
심신이 황홀해졌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대청봉으로 올랐다.
점점 가을이 깊어지고 있었다..
'설악시'를 되뇌이며 오른다..
나는야 산이 좋더라 나는야 산이 좋더라.
설악산이 좋더라.. |
산에는 물, 나무, 돌
아무런 오해도 없어, 법률도 없어 ,
내 발 그대로 뛸수있는
원상 그대로의 자유가 있다.
나는고래 고래 고함을 쳤다.
고래 고래 고함을 치기 위하여
여기에 왔는 지도 모른다.
하늘과 땅이 맞닿는 곳
그 사이에 내가 서면
하늘처럼 무한대처럼 마구 부풀 수 있는 것을..
아! 정말 175cm라는 것
정말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것을 ..
설악산 오름길에서 다리쉼 하노라면
내게 한 껏 남는 건
머루, 다래를 실컷 먹고싶은
소박한 욕망 뿐..
깨어진 기왓장처럼 흩어진 오세암 전설이 있는곳에
어두움이 내리고
종이 뭉치로 문구멍을 틀어막은 움막에는
뜬숯이 버얼건 탄환 케이스에 둘러앉아
갈가지로 멧돼지를 쫒아간다는
어느 포수의 옛 이야기가 익어가는 것을..
아 -- 정말 이런 밤에는
칡감자라도 구워먹으면 더욱 좋을 것을 ..
백담사 가는 길에 해골이 있다 했다.
그 해골을 주어다 술을 부어마시자 했다.
해골에 술을 부어 마시던 바이런이 죽어
하나의 해골이 된 것 처럼
철학을 부어 마시자 했다.
나는야 산이 좋더라.
파란 하늘을 통째로 호흡하는
나는야 산이좋더라.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1;00 다시 희운각으로..
물 2L를 사서
간식과 함께 실컷 들이켰다.
실컷..
오후 1;30 천불동으로 들어섰다..
투구꽃
병조희풀
참회나무
마가목
천당폭
양폭
머루덩굴
오련폭포
귀면암
작살나무
산오이풀
미륵봉과 적벽
오후 16;15분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
행복한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설악..
아름답다는 말 이외에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내일부터 태풍이 시작된다는데
적당한 날에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
설악에 감사하며..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