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안나푸르나 트레킹7(ABC, 그리고 하산)
ABC 롯지에는
전기불 조차 없고 좁은 공간에
사람 겨우 누울만한 침상 네개만..
우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 있고
그 아래에 카고백을 두는 구조다.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또 얼마나 사랑스런 구조인가 생각도 해보았다.
인간에게 편하게 할수록
그만큼 자연은 파괴되고, 더렵혀지고,
진정한 산은 도망가버리게 된다.
춥기도 하고,
좁은 침낭 안에서 마음대로 뒤척이기도 어렵고,
골치는 지끈거리고..
그러다가 한 번 밖에 다녀오려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곤하게 자고있는 사람들 깨우지않게 하려고
조심스럽게 뒤뚱거리며 침낭 지퍼열고
랜턴으로 최소한의 면적만 불 밝히고
살그머니 다녀와 다시 짐승 제 구멍 속으로 파고 들어가 듯 해야 한다.
깜깜한 밤이라서 그런지 침낭 부스럭 거리고 지퍼 여닫는 소리가
마치 기관총 난사하는 소리처럼 신경에 거슬리는 듯 하였다.
새벽에 나가서 본 하늘에는
당연히 어두운 밤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어야할 별들이 보이지 않고
대신 눈이 날리고 있었다.
날이 맑아지며 황홀한 일출이 하얀 거벽 안나푸르나를 밝혀주길 기대했는데
결국은 안나가 첫눈으로 축복을 해주고 있었다.
풍요의 여신 안나여..
첫눈의 축복으로 모든 이들에게 풍요로움을 나눠주소서...
힘겹게 밤을 지낸 터에 추운 심신으로 일출까지 보지 못하니
시무룩한 표정들로 말 수가 줄었고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하산을 하기로 하였으나
30분만이라도 기다려보자고 간청을 하여 기다리는 동안
나는 다시 올라갔다.
마지막이 될 안나와의 작별 인사를 해야만 한다..
두번이나 나를 초대해준 안나..
젊음의 기운과 더불어 자신감을 잃어가던
나와 아내에게 기운을 북돋아준 그대..
아내에게도 멋진 회갑 선물을 듬뿍 안겨준 안나여..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빙하와 크레바스
신의 얼굴인가?!
끝지점에서 눈에 들어온 에델바이스..
안나의 선물이라 생각했다..
잠깐 밝아지며 드러난 안나 남벽..
여기에 또 다시 오기란 어려울 일..
지구별에 여행을 와서 안나의 품에 두번이나 올 수 있었음에 감사..
두번이나 나를 초대해준 안나에 감사..
잘 있거라 안나여...
아쉬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지만
계속 눈길은 마음을 따라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오름길에 비하면 내림길은 두둥실 떠가는 느낌..
아내와 같이 와서
이야기 나누고, 좋은 곳에서 사진 찍고,
들꽃들 찾으며 인사를 나누니
여정을 한치의 빈틈없이 즐기며 걸었다....
데우랄리 롯지에 도착
오무라이스로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하산 시작..
급할 것 없는 하산길
쉬며, 즐기며 내려간다..
멀어지는 데우랄리를 보며..
흰물봉선의 단아한 자태
먹이활동에 우리에게는 신경 안씀..
단풍물들기 시작..
여기 사람들은 폭포에는 신경을 쓰지않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치마폭포라고 하잔다..
하긴 6000미터 이하의 산봉우리는 그냥 힐(언덕)이라고 한다니..
도반에 도착(2600미터)
짐을 풀고 맥주로 자축을 하며..
석양빛에 빛나는 마챠.
또 다시 입맛을 즐겁게 해주는 쿡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