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의 가을 운해..
올 가을의 날씨를 보면 확실히 기상 이변이다.
11월로 접어들었는데도 기온이 쌀쌀하지 않고, 오히려 산을 오르다 보면 덥게 느껴진다.
기후, 우리가 매 순간 접하고 살아가는 날씨는 예측을 불허한다.
올 초만 해도 봄,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 것이라고 했고,
올 가을 초 잠깐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고, 설악산에 첫 눈이 보름 정도
일찍 내리니 가을이 짧고 바로 겨울로 들어가 많이 추울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예상외로 예년에 비해 기온이 높다.
늘 예상 밖의 날씨는 뜻밖의 경치를 만들어낸다.
아침 출발시에는 날이 흐리고 가끔 빗방울이 내렸는데
산 아래 도착하니 날이 개이며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특별한 야외 활동을 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날씨 변화는 그 때 마다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렇지만 오늘 같은 날이면 자연이 나에게 주는 축복이자 선물이다.
아름다운 자연이다..
산국도 가을에 처음 느껴보는 운해일 듯..
대둔산 칠성봉과 용문골..
붉나무의 자태도 곱다..
형제간인데도 서로 다른 색소를 가지고 있다..
땅에 내려와 뒹굴어도..
물에 빠져 젖고 있어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단풍잎
배풍등 열매
가을의 낭만을 암벽등반으로 달래고 있는 젊음들..
뜻하지 않은 비경에 놀라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아닌 차원 높은 세계인 듯...
그저 황홀하다는 말 밖에..
고운 색감과 신비로운 운해가 만났을 때...
계속 느릿느릿 살아 움직이는 대하드라마...
멀리 덕유능선..
암벽에 매달려 등반을 하는 사람들 조차 하나의 멋진 소품이다..
사람 하나 몸을 비틀며 겨우 빠져 나갈 수 있는 개구멍을 지나며..
그래도 사내들이란 어릴 적 하던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 50대 후반이 되었는데도 재미있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