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서대산1
요즘은 계절로 치자면 늦가을과 초겨울의 접경이다.
아침, 저녁의 기온으로 보면 가을도 아니고, 그렇다고 눈이나 얼음이 있는 겨울도 아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별 흥미없는 회색지대인 것 같지만
이것, 저것이 가질 수 없는 나름의 특수한 계절의 향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는 첫눈이나 하얀 눈 펄펄 내릴 겨울을 기대하기도 하였지만
나이가 들어서부터는 서둘러 떠나려하는 가을을 꽁꽁 붙잡어 매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다.
그것은 단순히 가을이 아름다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마른 낙엽 하나가 이는 바람에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나뭇가지 끝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것이
책상 위에 놓인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 애처롭게 보이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점점 셈 하기 조차 어렵게 두터워지는 나이테 마냥
나에게 쌓이는 이력을 셈하는 것이 고되게 느껴지는 게 해마다 이 때 쯤이다.
산꾼들은 산에 오르면 그 허허로운 마음을 부드럽고 따스한 햇살이 위로를 해주고
탁 트인 산야의 조망이 마음을 후련하게 씻어내준다.
이 화창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도 앞으로 몇 달 후 봄에나 만나볼 수 있는 귀한 것이다.
힘들다고, 빠르다고 가슴을 졸이면 무얼하나..
즐기자.. 내 앞에 펼쳐진 이 순간을..
깔끔하게 갉아먹한 참나무잎..
참빗살나무
구절초
작살나무
낙엽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