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천화대(1)

orius 2011. 8. 23. 09:45

30여년전 대학시절 방학 때만 되면

설악은 심신이 고단하고 주머니가 텅빈 소심한 나에게는 일종의 해방구였었다..

 

보름씩 내자신을 정신없이 자학하면서 보는 설악은

더없이 포근하고, 아름답고 때론 엄한 매였었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에게나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

나에게 설악..그중에서 천화대의 아름다운 기품은 잊혀지지 않고

늘 가슴앓이를 하게 하던 나쁜 놈이자, 멋있는 놈이었다.

 

언젠가는 꼭 거기를 찾아

땀으로 뒤범벅 된 몸으로 걸지게 뒹굴며 마지막 포옹을 하고 잊어주리라...

벼르고 있다가 어렵사리 기회를 맞아 다녀왔다..

 

찾아 갔더니..

자기는 분단장을 하고 늘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이제야 오느냐는 투다..

 

뒹굴며 힘들게 힘들게 녹슬고 소실된 기억들을 다시 복원시켜

내 마음 속에 소중히 묻어두고 내려왔다.

 

죽기 전에 해보아야 할 그 한가지를 했다는 행복감..

더는 해보려해도 여러 제약 떄문에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거라는..

그래서 마지막일 거라는 아쉬움이 불현듯 스치우고..

젊은 시절과 지금 이 나이에 느끼는 체력적인 차이에

인정을 하고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사실이 심란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