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바래봉 철쭉..
해마다 지리산의 바래봉 능선위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꽃들을 맞이하러 가는 것은
봄을 맞이하는 일종의 의식처럼 정례화되어 있는 느낌이다.
전국 어느 산을 가든 철쭉꽃이 없는 곳이 없고,
어느 하나 다 아름답지않은 것이 없지만
유독 바래봉의 철쭉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또 찾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리산은
산속으로 들어가도 좋고, 또 능선에 올라 걸어도 좋지만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산이다.
바래봉에 오르면 높은 고도에 의한 밤과 낮의 큰 기온 차이 때문에
꽃의 색이 더 곱고 선명하기도 하지만
꽃을 바라보면서 또 한 편으로는 천왕봉에서 반야봉을 거쳐 노고단까지
지리산의 장쾌한 주능선의 파노라마를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 봄의 바래봉 철쭉들도
저 아랫녁에 사는 우리네 마음을 아는지 환하게 웃지를 못하고
시름시름 앓고 있어 그 화려함을 잃고 있다.
금방 여름으로 질주할 것 같았던 날씨가 갑자기 찬바람을 일으킨 변덕으로
터질 듯이 준비를 했던 꽃봉오리들이 냉해를 입은 것이다.
그나마 찬바람 씽씽 불어대는 그 추위 속에서도 꿋꿋이 이겨낸 꽃들이
자랑스럽게 활짝 웃으며 시름에 잠긴 우리네들을 위로를 하고, 또 우리들한테 위로를 받고 있다..
그래!!
서로 아픈 사람들만이 서로를 더 뜨겁게 위로를 받고, 또 위로를 해 줄 수 있을지니..
종일 우리들 뒤를 졸졸 따라 다니던 반야봉이 정겹다..
넓은 반야봉의 품..
정령치-고리봉-세걸산-바래봉으로..
능선에는 이제야 신록이 움트고 있는 중..
얼레지는 끝물..
멀리 앞에서 보이는 천왕봉은 하루 종일 걸어가는 산객들의 등대이자 랜드마크..
멀어져가는 반야봉
가까워지는 천왕봉..
드디어 팔랑치의 철쭉꽃 화원이 보이기 시작,,
조팝나무와 병꽃 핀 능선길..
오늘 산행의 메인 이벤트이자 피날레가 시작..
이곳은 방목하던 산양들이 철쭉나무만 남겨두고 다 먹어치우는 바람에 철쭉꽃밭이 되었다는데..
풀을 뜯던 산양들은 어디 가고 그 빈자리를 산객들이 채우고 있다..
매년 보아도 질리지 않고 점점 더 빠져들어가는 철쭉 늪이다..
지나온 능선을 배경으로 피어있는 철쭉들이 환상이다..
꽃, 인간들이 부르고 있는 생명의 찬가..
아스라히 펼쳐진 고리봉-팔랑치까지 능선길..
잠시 시름, 걱정 없는 천국과 같은 세상..
냉해를 입어 철쭉의 그 화려함이 반감되어 있다..
구름이 몰려들어 천왕봉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비구름이 짙어지는 불안감이..
바람결의 리듬에 맞춰 흐느적거리는 철쭉의 화려한 율동..
내년을 기약하며 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