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생일을 기다리나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기다리지 않아도 맞아야만 되는 생일이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더니 한 해, 한 해 쌓여 벌써 58회..
와이프가 정성스레 식사를 준비하고 축하를 해준다.
그동안 건강하게 58년을 살아왔다는 것은 축하받을만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잘 지내왔는 가에 대한 문제는 다르다.
또 앞으로 어떻게 지낼 것이고, 가족이나 타인들에 대한 책임이나 헌신에 대한 문제도
자신이 없어지니 답답해진다.
자신이 없어도 다시 일으켜세워야 한다.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이 계시고, 가족 와이프, 또 자식들이 있으니
내 영역이 미치는 곳 까지는 모든 것을 불살라 밝혀야만 한다.
늦으감치 적상산을 올랐다.
아랫녁은 완연한 봄이지만 적상산 능선은 아직도 겨울잠에 취해있었다.
저만치 앞서 나가려는 내 마음을 겨울눈이 붙잡는 것 같다.
한기와 차가운 바람으로 위세를 부리던 겨울에서 한기가 빠져 힘을 잃고 있어
세월무상과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