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골을 더듬어 오르자니 담장 한 켠에
꽈리가 차가운 바람과 눈, 비를 맞아 탈색이 되고,
싱싱하던 기운을 잃고 아무렇게나 걸리고, 쓰러ㅕ 나뒹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허물어져가는 담장과 시골 초가집, 어르신들의 주름진 피부,
반백의 머리 등이 가슴 속을 파고 들어온다.
이런 현상은 내 몸과 마음이 저들 처지와 비슷해져서 그러는 것일까?!
화장으로 덧칠된 화려한 겉모습에 취하기 보다는
아마도 그 이면의 실체를 볼 수 있는 능력과 여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
산골 마을을 지나다가 스러져가고 있는 꽈리가
담장에 만들어 놓은 수채화 몇 점에 취해본다.
비록 생기를 잃고 허물어져 가도
저렇게 우아하고 기품있게 유지할 수 있음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