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1년전 같이 여행을 했었던 아랫 동서..
동서는 아이들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가끔 시간을 내어 들락거린다.
그러다보니 요령있게 비행기 좌석 티켓팅을 하고, 거리낌없이 해외여행을 한다.
작년에도 그 덕에 저렴한 비용으로 편안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그동안 대개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여행을 했던 터라
사실 비행기 티켓팅부터 외국어까지 자유여행이란 것에 대하여
너무 생소하다 못해 두렵고 도저히 떠날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작년에 너무 멋진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서
기회가 되면 옐로우스톤과 그레이트 티탄쪽이나, 아치스밸리, 모뉴먼트밸리, 엔텔롭캐년 등을
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쪽은 패키지 여행이 드물고 포함이 된 상품들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여행 기간이 길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고, 또 방송이나 사진들을 통해 간간히 보던 그곳들이
너무 임팩트있게 느껴져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곳이었다..
9월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전화가 왔다..
미국 왕복표가 500불에 나와있는데 11월 초에 갈 기회가 있어서 함께 다녀오자고..
500불에 미국을 다녀올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시간도 대충 맞출 수 있던데다가
내가 원했던 스케쥴을 다 해 볼 수 있다고 하여
힘들지않겠냐는 아내의 망설임을 잠재우고 오케이 싸인을 보냈다..
동생이 오고 가는 시간 빼고, 나머지 시간들을 짜임새있게 짜놓은 계획을 믿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떠나게 되었다..
인천공항을 출발 Dallas 공항에서 환승하여 Las Vegas에 도착..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해두었던 렌터카를 찾아
밤새 7시간을 교대로 운전하여 Arches canyon이 있는 Moab으로 차를 몰았다..
밤을 꼬박 새우며 운전을 하였지만
가는 비행기에서 잠을 잤고, 고속도로 상태나 렌트를 한 산타페의 성능, 부푼 기대감,
그리고 밤이라지만 우리 시간으로는 낮이기 때문에 큰 피로감 없이 갈 수 있었다..
고속도로는 업다운이나 구불거림도 없고, 오고가는 차도 거의 없어
오토크루즈로 놓고 가면 운전이라고 할 것도 없이 편했다.
아내와 처제는 이따끔 캄캄한 차창 밖에서 쏟아질 듯한 별들에 놀라곤 하였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는 별도 많았지만, 별도 훨씬 더 커보였다.
가끔 도로 사정에 따라 55마일부터 80마일까지 속도 제한이 있었는데
세시경 아리조나-유타주 사막 부근을 지나는 듯 했고, 바깥 온도가 영하까지 떨어져 있었다.
제한 속도가 80마일이었지만 길도 좋고, 차도 없어서 액셀레이터를 살짝 밟아 90마일로 유지하며
잘 달려가고 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찰차가 보이더니 경광들을 켜고 따라오기 시작하였다.
세상에...
새벽 세시에.. 추운 사막 한 가운데에서..
저렇게 근무를 열심히 하고 있단 말인가?!
일단 걸리게 되면 차를 길 가에 세우고 가만히 있어야 된단다.
만약 문을 열고 나가면 이상 행동을 할까봐 총을 맞을 수도 있단다..
가만히 있으니 조수석 쪽으로 와서 창문을 열었다.
단단히 쫄았던 아내와 처제는 미인계라도 쓰듯 오버하여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였다.
잘못한 것 알고 있냐?...몰러..
제한속도가 80마일인데 니네는 90마일로 운전했다.
딱지는 떼지 않겠는데 운전면허증 줘바..만들어간 국제운전면허증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좋다. 렌터카가 정당하게 된 것인지 조회해볼테니 기다려라.. 오케이, 쌩큐..
한참만에 돌아와 운전조심하라며 잘 가란다..
이곳 경찰들이 무서울 줄로만 알았는데 선하게 웃는 얼굴로 군더더기 없이 일을 우호적으로 처리해준
그 경찰이 고맙기도 하였지만, 그 시간, 그런 장소에서 충실하게 근무를 하던 것과,
무조건 딱지를 뗄려고 하는 우리 경찰과 위험 운전을 예방시키려는 그네들과 비교가 되니
과연 격이 다른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명 속에서 실루엣으로 보이는 능선들이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거칠어지기 시작 하였고
여명이 시작될 즈음 Arches canyon 입구에 도착을 하였다.
요행히도 이른 시간이라 입장료도 내지않고 무사통과 하는 행운으로 첫 일정이 시작되었다.
영상 5도 정도로 날이 쌀쌀하였다.
해가 떠오르기 전에 Delicate Arch를 볼 욕심으로 걸음을 재촉하였으나 생각보다 거리가 멀었다.
황량하고 넓은 그늘하나 없는 척박한 바위와 황토흙으로 된 땅이다..
입구의 경고판에 ' heat kill'이라고 열사병과 탈수증을 경고하고 있으니
여름 시즌의 날씨가 가히 짐작이 되고 남는다..
기대를 하며 얼마나 걸었을까.
우선 맛배기로 보여주던 아치..그 아치를 통해 고개를 내민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Delicate arch를 대하니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한 무한 감동에 벅찼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도 없어서 독차지가 되니 arch도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멀리 보이는 주변은 마치 지구가 아닌 화성 같아서 화성의 신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감동을 표현하기에 너무 벅찼다..
떠오르는 햇살에 드리워진 그림자조차 환상적이었다..
붉은 햇살이 붉은 사암을 더 붉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조각가가 만든 작품 같고, 계속 풍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어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테네 언덕의 어느 신전 같기도 하고..
신들이 제사를 지내던 신전 같기도 하다..
생성보다는 소멸의 기운이..
좋은 기분이 주체할 수 없이 넘쳐흐르니..
이른 시간에 오니 아치를 지저분하게 가릴 인파가 없어 온전히 내 것이 된 듯한 느낌..
너무 여유롭고 날씨마저 가을 햇살처럼 따스하다..
사암에 뿌리를 내리고 몇백년, 어느 것은 천년도 살았음직한 향나무들의 강인함이 인상적이다..
5-600여년전 인디언들이 바위에 그림을 그린 것인데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세밀하다..
대부분의 Delicate arch 여행기를 검색하다보면 공통적인 것이
왜 이렇게 아치가 보이지 않는가? 너무 덥다, 물을 몇 병씩 가지고 가야된다는 글들이 많았는데
11월의 아침 날씨는 전혀 그런 점을 느낄 수가 없이 쾌적한 여행을 즐길 수가 있었는데
한 여름에 오면 능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Delicate Arch의 여운에 듬뿍 취해 차를 몰아 Devil's garden으로 가는 길..
우리와는 색다른 색감, 모양들이 즐비..암봉 전시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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