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앞 쪽의 수려한 빤때기가 아주 잘 보이는 곳으로 길을 잡고 올랐다.
아무리 아름다운 산이라해도 막상 들어가거나 산에 오르는 것보다
반대편 산 봉우리에 올라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다울 수도 있다.
배티재에 차를 세우고 능선으로 올라 태고사를 거쳐 낙조대-용문골로 내려와
원용에게 구정도 되었고 하여 막걸리 한잔 따라주고 왔는데
녹색 커튼 역할을 하던 이파리들이 다 떨어져서
누드 나목들 사이로 은근슬쩍 보이는 빛나는 암봉들이
묘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태고사..
낙조대 아래에 있으며
입구에 있는 石門은 마치 此岸의 세계와 彼岸의 세계를 구분짓는 것 같으며
이 석문을 들어가게 되면 아름다운 하나의 불국정토를 보는 느낌이 든다..
바위에 힘 있게 새겨진 글은 우암 송시열이 이곳에 머물며 쓴 글이다.
마치 힘차게 붓을 휘저어 직접 바위에 새긴 것 같이
자신감과 세밀한 힘이 있어 보인다.
태고사...
어느 절을 가든 명당 자리가 아닌 곳이 없지만
이곳도 풍수지리를 모르는 길손이 보아도 길지임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다.
좌우, 뒷편에 아름다운 암봉들이 연꽃잎처럼 휘둘려 있고
앞으로는 시야가 넓고 밝게 트여 있다.
원효대사가 이곳을 발견하고 너무 좋은 명당을 발견하였다며
3일간 춤을 추었다고 하고,
만해 한용운은 '태고사를 보지 않고 천하의 명승지를 논하지 말라'고 했다 한다.
또 고려시대 고승 태고화상이 중창을 하고
조선시대의 고승 진묵대사가 재건을 하였다 하니
가히 유명한 절이라 아니할 수 없는 곳이다..
하나 아쉽다면 고찰임에도 불구하고 탑, 석등, 부도탑이 보이질 않고
최근 들어 중창불사를 하면서 마련한 매끈한 석물들이 오히려 편안한 멋을 깨는 것 같은 점이었다.
따스한 양지에서 넋을 잃고 햇살을 쬐며 숨을 돌리고 있는데
어느 보살님이 광주리에 과일을 담아와서 10명이나 되는 우리들 각자에게
사과와 귤을 하나씩 골고루 나누어 주더니
또 따끈따끈한 떡을 점심 대용으로 먹을만큼 많이 가져다 주며 먹으라 하신다.
명산, 명찰에 후한 인심까지..
태고사는 진정 인간들을 보듬어 주는 명당이었다..
용문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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