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이리저리 유연하게 흔들고 있는 갈대를 보면 바람을 볼 수 있다.
몇 날 몇 일이고 부러지지않고 누웠다가 일으키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도
여유로워 보인다. 마치 즐기기라도 하듯..
바람과 한기가 가득한 계곡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은
평화와 안식을 전해주는 전도사라도 되는 것 같이 느껴진다.
깊은 계곡..어디선가 강아지 한마리가 나타나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하였다.
겉보기에 깡마르고 먹도 못하고 씻도 못해 비루해보였으나 꼬리를 흔들어대는 걸 보니 경계하는 기색이 없다.
남는 점심을 꾸역꾸역 먹다가 그래도 남아 산자락에 땅을 파고 마악 묻은 후였고,
배낭에 남은 거라고는 초코릿, 사탕뿐..
불쌍해보여 쌓았던 배낭에서 그거라도 꺼내어 주었더니 먹지를 못하고
얼굴 표정은 다른 거 더 없냐고 애원하는 투..
늘 배낭에 먹을 것이 굴러다녔었는데 어쩌면 오늘은 이다지도 줄 것이 없단 말이더냐...
외롭기도 했던지 촐랑거리며 따라오면서 장난을 건다.
같이 뛰고 놀아주고..끝까지 따라올량이었는데, 그만 돌다리를 건네지 못하고
쓸쓸히 먼발치에서 멀어져 갔다.
개 한마리와 짧은 인연이었는데 헤어지며 아쉽게 느껴졌다니
신기한 하루 산행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