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지리산 뱀사골로 들어갔다.
아직은 이상 고온의 눈치를 보느라
단풍의 기운이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단풍객들을 현혹시키기에는
아마도 1주일 이상은 족히 걸릴 것 같다.
잦은 비로 불어난 계류들이 제세상 만난 듯
깊은 계곡을 훓고 지나가는 소리가 장엄하다.
계곡을 밟라올라갈수록
심장소리는 adagio에서 vivace로
계류는 vivace, allegro를 거쳐 anadante로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인적이 없다..
눈에 익은 뷰들..
끊일 줄 모르는 계류들의 합창,
청정무구, 명경지수 가득한 자연..
마치 무균실에 들어와
내 심신에 붙어있는 티끌들을
모두 씻어내는 기분이다..
연이어 계속되는
沼와 湯에 풀어놓은 쪽빛 색감들에
소름이 돋고, 여러 번 경끼를 하였다..
번뇌, 오염, 잡생각들에 찌들었기에
더더욱 깊게 와닿는 것이다..
화개재까지 9.2km..
꼬박 세시간 걸려 올랐다.
오를수록 짙어지는
파스텔톤의 카로틴, 크산토필 색소들....
삼도봉에 오르니
운무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신선들의 신비스런 마술에
넋을 잃고 덩달아 내 마음도 새하얀해지는
기분이다..
토끼봉...
반야봉..
반야봉 오름길에서
절정의 단풍을 만났다..
지리산의 기운이 서려있는 듯
설악보다 더 우아하고 고귀해보인다..
고사목과 단풍의 콜라보가
한 폭의 잘 어우러진 공연같다..
반야봉...
하늘, 세상이 열리고
덩달아 내 마음까지 확 틔여
하늘로 둥실둥실 날아오를 듯...
이 기분 때문에 애써 높은 곳으로
오르는 거지..
운무와 황갈색의 콜라보도
맛갈나는 화음..
점심은
크로와상과 내려온 이가체프,
그리고 운무의 향연과 가을 분위기...
오후 2시 반..
아쉬운 발걸음을 시작하였다..
다시 화개재,
그리고 뱀사골로...
내게
지금 이 시간..
지리산..
가을..
단풍..
시간과 발의 자유가 있어
행복하다..
내 마음 속을 지켜주고 있는
지리산..
아쉬운 헤어짐은
반가운 만남을 기약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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