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 품속 잠 자리는 비록 보잘 것 없었으나
잠은 달콤하였고
잠에 취했던 시간은 길지 않았으나
신기하게도 깊었다..
새벽 일찍부터
딝들이 잠을 깨웠다.
잠을 깨우는 닭의 카랑한 소리마저도
정겹고 싫지 않았다..
아침에는 6,7,8 법칙에 따라야 했다
6시 기상, 7시 식사, 8시 출발..
7시 식사전까지 배낭 짐을 뺀 나머지를
카고백에 꾸려 밖에 내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짐을 싸랴, 씻으랴 바쁜 편이다.
감춰진 봉우리 사이로 熙말 설산이 우리를 살짝 훔쳐보고 있는 듯...
싱싱하고 정열적으로 피어있는 메리골드와
멀리 설산이 이루는 하모니가 셔터를 누르게 한다.
때 아닌 흐드러진 산벚꽃의 향연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고..
지칠만하면 나타나는 롯지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만땅 이상으로 재충전되는 가벼운 기분..
양털을 깎고 있는 중..
점점 깊은 정글로 들어가고 있고
소름돋게 하는 그늘 속의 선선한 기운..
83세 최연장자와 보조가이드..
깊은 계곡에는 우기를 지나며 많아진 수량이 가득...
빽뺵한 랄리구라스나무 숲이 나타나고..
Nangethaty Guest house에서 점심식사..
한 동안 계속되는 랄리구라스 숲으로 이루어진 깊은 정글..
드디어 고라파니에 도착..
어랍쇼??
다들 힘들어 하는데 끄덕도 없이 즐거운 표정..
수고했어요..
귀 막고, 입 막고, 눈 가리고, 가운데 조심할지어다..
고라파니 숙소에 도착하여 일행과 함꼐..
생각보다 일찍 도착..오후 세시..
휴식 겸 자유시간을 이용하여
내일 새벽에 일출을 보러 오를 푼힐(3200M)까지 산책을 가볼까? 했더니
아내가 OK...다들 힘들다고 널부러져 있는데 뜻밖의 대답..
2800M고지이기 때문에 고산증이 나타날만도 한데 끄덕없다니..
평택에서 오신 조선생님이 따라 나섰다..
저녁 해질 무렵이라 오르내리는 인적이 없이 고즈녁한 산길에서
熙말을 독차지하고 그의 기운에 취해본다..
푼힐..
남들 힘들게 오르는 푼힐을 산책삼아 오르다니..
운무의 향연 속에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 마챠푸차레가 숨겨져 있다..
신비로운 세상을 건강하게, 맘껏 즐기고 있는 아내가 얼마나 다행이고 사랑스럽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