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은 시멘트로 뒤덮힌 도심 속에서
다람쥐 정신없이 쳇바퀴 돌리며 지내 듯
그저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남보다 빠르게, 남보다 많이 가지려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주변을 되돌아 볼 겨를도 없고
호흡을 가다듬을 여유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매일 보는 것이라고는 도로 위의 바쁜 자동차들,
시멘트로 지어진 성냥갑 같은 아파트 숲,
미세먼지 가득찬 희뿌연한 시계,
그 속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그런데도 늘 부족하고 행복하지 않다.
잠시나마 그런 일상에서 해방될 수 있는 곳이 산이다.
집에서 출발하는 순간부터
일상에서의 탈출이 시작된다.
산에 들어 숲속의 오감들에 취했다가
오르면 오를수록 서서히 들어가게 되는 천상의 세계..
무념무상 속에서 넋을 잃는다..
높이 오를수록
아비규환 같은 세속으로부터 멀어지고,
나를 둘러싼 고통의 껍질에서 탈피를 하게 된다..
막상 주머니 속에 채운 것은 없어도
포만감 가득한 행복감에 취한다...
새가 알에서 깨어나려고 투쟁을 하듯
내가 불행의 질긴 구속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땀과 고통으로 나를 깨트려야만 한다..
깨트리고 나와 결국 날아가는 곳
아프락사스신의 세계..
새하얀 비단으로 몸을 두른 덕유 능선..
지리산 능선은 언제 보아도 오랜 친구처럼 반갑고 푸근하다..
걸어올라가지만 앞보다는 계속 뒤를 돌아보며 걷는다..
아름다운 산하.. 아련한 백두대간..
지리산 능선을 온전하게 볼 수 있는 것도 큰 선물이다..
얇은 사 하이얀 쇼울을 걸친 덕유...
한가로운 덕유평전
눈이 가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한 겨울에 눈 대신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 담고 있다니...
겨울에 도저히 볼 수 없었던 그림이다..
한 폭의 수묵화..
나도 모르게 셧터를 계속 누르고 있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산과 자연을 앞에 두면
많이 가득 담아가고 싶은 욕심이 앞서고
찍고 나서 보면, 눈으로 보이는 것만큼
아름답게 담지 못한 아쉬움만 가득...
그러나 어떠랴..
렌즈를 통해 보는 자연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으니...
아름다운 자연을 앞에 두고 많이,
실물과 똑같게 담아가고 싶은 욕심이 들지 않으면
그게 인간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