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힘든 세파 속에서도
수많은 기대와 희망이 있기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일년을 지내다 보면
봄에는 찬바람 속에서 들꽃들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며
무더운 여름에는 한줄금 소나기를 애타게 기다리기도 하고
가을에는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추운 겨울에는 해동하는 봄이 어서 오기를 염원한다.
특히 겨울에는
한파, 찬바람, 감기, 얼어붙은 도로, 각종 사고 등으로
겨울이 어서 가고,
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겨울은 추운 것도 그렇지만
어둠, 억압, 구속, 절망, 갑갑함의 이미지로
어서 그곳에서 해방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이상고온으로
밍밍한 겨울이 되었고,
특유의 매운 콘텐츠를 가지고 오지 못했다.
추울 때에는 겨울 탈출을 꿈꿨지만
막상 예상하지 못한 따스한 날씨에는
어리둥절해지고
오히려 한파와 폭설을 기다리는
아이러니한 세상이 되었다.
2019년 마지막날
마침 한파와 찬바람이 예보되고 있었다.
문득 귀해진 한파와 찬바람을 맞고 싶어
덕유산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야에는
흰눈의 흔적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다가
덕유산 근처에 다다라
갑자기 우뚝 선 하얀 덕유산에 눈이 부셨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토해져 나왔다.
주차장에 내리니
음습하고 찬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가는데도
싫지않고 오히려 반가웠다..
겨울다운 겨울을 맘껏 사냥하고 다녔으니
덕유산에서
마지막날 최고의 선물을 찾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