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생각하기조차 하기 싫은 세상도
점점 저물어 가고 있다.
이 해가 지나가도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불길한 느낌에 모두들 말을 잃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끊겼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타인을 믿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러는 와중에 호구지책마저 없어져 버렸다.
모든 힘을 다 짜내도 모자랄 판에
위정자들은 사람들을 내편, 네편으로 나누어 싸우게 하고
알쿵달쿵 살아가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나라를
동물농장 수준으로 만들어 버렸다.
깨인 국민들의 나라가
모리배들에게 점령당하여
어리둥절 눈만 꿈적거리고, 깊은 한숨으로만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그나마 시름 잊고,
맘껏 숨을 쉬어볼 수 있는 곳
산이다..
석양빛 뒤덮힌 주왕산을 그리며
찾아들었다..
탐스런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건만
찾는 이 드물어 깊은 시름에 잠긴 듯 보인다..
대전사와 기암
급수대..
주왕산의 바위들은 화산폭발로 굳어진 응회암이란다..
학소대
시루봉
용추폭포
우아한 물길..
절구폭포
학소대
기다렸다는 듯이 붉은 석양빛을 쏟아붓고 있었다.
마치 불이라도 난 듯..
그랜드캐년 버금가는 웅장함
절벽바위
아름답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는..
으랏차차..
또 하나의 가을이 저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