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도마령-각호봉-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으로 이르는
민주지산 종주 능선을 걸어보고자 홀로 떠났다.
비에 푸욱 젖은 산 속에 아침 햇살이 맑게 스며드니
바람, 새 소리, 신선한 색감들이 춤을 추는 듯 하였다.
가을바람 마냥 선선한 바람 맞으며 걷는 길은
마치 스트레스 중독을 치료해주는 녹색 탱크 같았다.
내내 본 것이라고는 사람 하나, 뱀 하나와 새, 나비 몇마리,
그리고 갑자기 만나 서로 소스라치게 놀라게 한 외로운 오소리 한 마리였지만
복잡한 마음을 비울수록 더 채워지는 게 자유와 안식이었다.
내려와 사이다와 캔맥주를 하나씩 사서 믹스해
벌컥벌컥 목줄 터지게 마셔댔다..
세상만사 잊고 마음이 여유로워질 수만 있다면
행복이란 단어도 그리 쓰기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다..
도마령에서 각호봉 가는 길목..
털중나리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노루오줌은 외로운 길의 이정표..
각호봉에 올라 본 능선
멀리 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진초록 카페트를 나풀나풀 걸으면 되는 길이다..
각호봉 정상..
조망이 멋진 정상에 자리를 잡은 기린초..
돌양지꽃..진초록 세상에 샛노란 색깔은 도발이자 저항 같다..
둥굴레꽃..
낮게 스며들어온 햇살이 등에 불을 붙이고 있는 것 같다..
터리풀
산꿩의다리..
모두 간밤의 비에 샤워를 마치고 산뜻해 하고 있다..
민주지산 정상에 올라 지나온 길을 바라본다..
도마령-각호봉이 보인다..
아스라히 멀어져가는 지나온 길을 뒤로 바라보는 것은 내가 해낸 것에 대한 보상..희열이다..
앞으로 가야 할 석기봉-삼도봉 능선..
가야할 길을 앞에 두고 바라보는 마음은 기대와 일말의 부담이 되고..
하지만 산과 내가 마음이 일치되는 산에서는 그저 푸근함 뿐이다..
참조팝나무도 외로운 발길을 달래주고..
발걸음이 무거워질수록 이런 계단길은 부담이 되나
1100m 산길에 걸린 운치있는 계단길을 걷는다는 것은 럭셔리한 산행의 백미일 수도 있다..
힘이 든다면 즐기면 된다..
옹기종기 먹물고깔버섯 식구들..
우산 속에서 무슨 수다를 떨고 있는지..
무엇을 염탐하려 참조팝나무는 이리도 큰 촉수들을 지니고 있는지..
너는 누구냐?? 꺼먼 해골 13호??
석기봉 정상의 돌양지꽃..
구름과 꽃의 대화를 엿듣는다..
삼도봉에서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위에 흰 뭉게구름이 운치있게 걸려있다..
걸어온 민주지산-각호봉이 멀어지고 있다..
기린초
선씀바귀
나무 줄기에 자리를 잡은 주름조개풀..
삼도봉의 백무
산딸나무
마치 꽃 그림 현대회화를 걸어 놓은 것 같다..
삼도봉에서 본 석기봉..
산꿩의다리..꽃들도 어디에 자리를 잡았는가에 따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천남성..
산골무꽃
노루오줌
나중에 내가 지낼 집을 가꾼다면 완전 연초록으로 도배를 하리라..
늘 산행의 운치를 더해주는 길..
여름 한 가운데를 걷고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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