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을 앞두고 좋은 날을 잡아 택일한다는 것도 참 중요하다.
어제는 56산우회 정기 산행일이었는데
잘 다녀오라고 배웅나온 총무 빼고 6명이 나왔으니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이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었고, 집을 나설 때부터 빗방울이 간간히 떨어져
불길한 생각으로 나갔는데 역시 친구들은 더 걱정이 되었는 지 감감 무소식이었다.
잔뜩 흐린 하늘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 친구들 앞에서 결정을 내려야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간 경험에서 내 나름대로 얻는 게 있다면
바람과 함께 오는 비, 천둥, 번개를 동반하는 비, 태풍이나 폭우,
대상의 산이 협곡이거나 1000m이상의 산은 어렵다.
어제는 거기에 하나도 포함되는 게 없었고,
그렇다면 내 지론대로 '일상에서 버림받은 날씨가 자연 속에서는 더 아름다운 법'이니
웬만하면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산 입구에 도착하니 제법 굵직한 빗방울들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고
입구를 가로지르는 물도 제법 흘러 넘치고 있었다.
결국 대서, 중엽이 포기를 하고 돌아섰고,
충현, 재영, 현대만 남아 비를 맞으며 들어섰다.
여름에 더위를 피해서 개기름처럼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것과,
비를 피하며 궁시렁거리는 것만큼 손해보는 장사도 없고,
처음 비를 피하는 게 유쾌하지 않아서 그렇지
일단 초록 세계에 들어가 몸을 흠뻑 적셔보면 얼마나 개운하고 신선한 지
동행하는 친구들은 알아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연이어 나타나는 폭포들이 물잔치를 하고 있었다..
조용한 빗줄기가 빼곡한 숲 속에 떨어지며 내는 소리와
폭포수 부숴지는 내추럴 스테레오의 사운드를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금산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금산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 것 처음 알았다는..
성봉 정상에서..
비가 그치고 운무의 잔치..
멋들어진 곳에 자리를 잡으니 부는 바람이 신선도 100%..
속은 웃고 점심과 찬은 춤추고 마음은 부숴져 날리고..
신동봉으로 돌아 내려오면서 다시 만나는 폭포들..
폭포들마다 선인들이 일필휘지로 이름을 남겨 주셨다..
이 폭포 이름은 山鶴..
실비단은 누에고치만 풀어내는 것이 아니다..
설악의 폭포들에 견주어도 쳐지지 않을 명품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계곡의 폭포들 주변이 잡석이나 바위가 아닌 반석으로 되어 있어 설악과 비슷한 느낌..
이곳은 風佩(풍패)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고..
운치를 즐길 줄 아는 어느 여성 산악인..
비오는 계곡을 즐기는 법..
수염가래꽃
참깨꽃
초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