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가을 ..
그때는 국전이 지금과 달리 회화, 조각, 서예 등등 모든 것들을 합쳐서
덕수궁에서 매년 가을에 열렸다..
대학 1학년 때, 뉴스에 국화 향기 가득한 가을에 국전이 열리고 있다고 하여
그 분위기에 호기심이 발동되어 완행 열차를 타고 물어물어 그곳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손,발에 땀이 나도록 바짝 긴장을 한 시골쥐 행색을 하고..
그때만 해도 시골에서 자라 특별히 서울에 갈 일이 없었고,
국민학교 때 수학여행을 따라 서울 구경을 해 본 거 빼고는
기억이 없었으니 거의 순수 촌놈이었던 셈이다.
그때 덕수궁 미술관이라는 것을 처음 구경했고,
잘 알지도 못하는 그림, 조각, 서예 작품들을 구경하고는
돌아오는 기차를 타러 서울역을 간다고 탄 버스가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을 뒤늦게 알고
내려 반대 방향으로 오는 버스를 다시 타고 돌아왔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한 편의 촌놈 용감한 상경기라도 될 듯하다..
그때 미술에 특별히 조예가 있거나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고,
비록 완행 열차라지만 용돈에도 여유가 없었을 때인데
왜 그렇게 다녀왔나 이해가 되지도 않지만
한 편으로는 그 시절에 그런 짓을 했었다는 게
지금 생각을 해보면 꽤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나이들어 그 뒤 그 미술관을 서,너 차례 다녀온 것 같다..
마침 시간이 되어 오늘은 아내, 딸이 동행을 한다..
그때로부터 흐른 37년의 시간은 아름다운 동행을 선물해줬다..
여기저기 구경을 하며 아내, 딸에게 전설이 된 그때의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아련한 추억..가슴이 젖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