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이나 설악산 정상에서 황홀한 일출 보는 것를 꿈꾸듯
나 역시도 미련을 버리지는 않고 있었다.
다만 몇 번의 시도에서 기대한 만큼 만족스럽지 않아 체념을 하고 있던 것 같다.
토요일에 마침 나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일기예보를 보다가 문득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산행이 생각났다.
가는 거리와 산행 시간, 일츨 시각을 역산해보고 또 해보며 답을 찾아보니
집에서 최소한 새벽 두시 반 전에는 출발을 하여야 했다.
한 겨울 추위와 잠도 못자고 운전을 해야하는 데도 불구하고 아내의 양해와 믿음,
새벽에 먹을 것, 아점 먹을 것, 간식거리를 세심하게 챙겨준 배려가 든든한 힘이 되었다.
인간들 뿐만 아니라 땅 위의 모든 것들이 잠을 자고 있는 겨울 기나긴 한밤중..
고속도로 위에는 몇몇의 바쁜 차들만 심심치않게 달리고 있었다.
기대와 희망, 열정과 목표는 바라는 것들을 이루기 위한 원동력이다..
중산리에 새벽 4시 10분에 도착,
아내가 보온밥통에 싸준 따끈따끈한 가래떡과 계란을 먹고 4.20분에 오르기 시작을 하였다.
산능선 에서는 마치 광풍같은 바람이 올테면 오고, 그렇지 않으면 오지말라는 투로 겁을 주고 있었다.
랜턴을 켜고 혼자 정신없이 오르다보니 앞서가던 몇몇 팀들을 추월하였다.
나목의 가지들 사이로 밝은 달빛이 길을 비춰주고 있었다.
1시간만에 망바위, 거기에서 30분만에 로타리산장에 도착, 아이젠을 신고 커피 한잔 마시고 출발을 하였다.
고도가 높아지며 점점 한기가 장갑을 뚫고 들어오고 바람이 음흉한 동작으로 얼굴을 스치기 시작한다.
법계사에서 부터 시야가 트이기 시작을 하고 어두운 하늘 저편이 약간씩 홍조를 띠기 시작을 하였다.
오를수록 나무가 작아지며 길을 반은 하얀 눈빛이, 반은 밝은 달빛이 비춰줘 랜턴을 끄고 오른다.
황홀한 산행길이다. 그것도 지리산 천왕봉 오름길을...
천왕샘 못미쳐 오르니 황홀한 여명의 라이브쇼가 시작되고 있었다..
하늘과 땅의 경계를 묘하게 물들이고 있는 황홀한 색감...
모든 시름, 잔머리 속에 깃든 모든 잡념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다..
찬바람,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꼿꼿한 나무들을 보며 나를 세운다..
드디어 어둠 사이로 아랫녁 세상이 보이기 시작..
여명의 빛을 받는 지리산 천왕봉을 구경하기 위하여 일출 직전까지 아래에서 어슬렁거리며 오르기를 멈췄다.
세상이 어둠, 추위, 침묵, 암흑으로부터 열리고 해방되고 있었다.
어스름에서 해방되는 산, 골, 대지의 신비로움...
성모상 위에서 서서히 빛을 잃어가면서도 길을 밝혀주고 있는 달빛..
날은 추울수록 빛은 더 따스한 색감이다..
산능들이 밝아오는 여명 속에서 좋아 어깨춤이라도 추는 듯 하느작 거리는 곡선이다..
천왕봉 위를 밝히고 있는 달빛..
지리산을 경배하고 있던 산과 대지가 서기를 내뿜고 있는 듯하다
고사목은 죽어서도 굳세고 당당함의 표상이다..
밤새 밝아오는 해를 맞기 위하여 분단장을 한 듯..
밝아올수록 한 발, 한 발 서서히 정상을 향해 오른다..
드디어 정상에 마지막 한 발을 올려놓았다..
바람이 매섭다 못해 준엄하다고 할까!?!
높은 곳으로 오른다는 것은 더 넓은 세계를 본다는 것이다.
특별한 곳은 남다른 곳이다..
높은 곳에서 넓은 세상을 보게되면 가슴도 넓어지고 막힌 곳이 틔이게 된다..
내 발로 올라와 얻는 자유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반야봉 위를 붉게 물들인 여명의 하늘빛..
천왕봉의 바위도 추웠던지 잔뜩 웅크리고 있는 듯..
네가 그렇게 보고싶었다면 네 마음껏 보라신다..마음껏 퍼담고, 마음껏 가져가보라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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