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그가 우람하게 버티고 있음에
많은 산꾼들에게 살아있음을 자각하게 해준다.
찾을 때마다 늘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가며
나약한 인간들의 심신을 정상으로 한 발짝씩 유도해준다.
힘겹게 오른 정상...
등산화를 벗은 다음, 두 다리 뻗고 편하게 퍼질러 앉아
보는 눈 앞에 드리워진 세상은 내가 살던 세상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오늘같이 운무의 향연이 있는 날에는 마치 선계와 같다..
맑은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이 하늘에 핀 들꽃처럼 보인다.
거울은 내몸이 서서히 나이 먹어가고 있다고 계속 겁을 주지만
산은 그래도 아직은 쓸만하게 살아있다고 위로와 자신감을 챙겨주니
그래서 내가 여기에 와서 즐겁고 행복한 지도 모르겠다.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고통스런 세상사 잊고
자유와 안식에 취해 볼 수 있으니 이것도 일종의 마약같고
그런 면에서 나도 마약 중독자나 다를 바 없다.
개체수가 점점 많아지고, 점점 가까워지는 까마귀들..
천왕봉에는 인간과 까마귀가 반반이다.
신비롭다..
구름도 넘지못하고 있는 칼날같은 능선을내가 걸어오고, 또 걸어간다니 나는 신선인겨..ㅎㅎ
어쩌면 저렇게 칼로 두부자르 듯 갈라놓을 수가 있을까?!
천왕봉의 고운 철쭉을 뒤로하며 하산을 한다..
운무와 잘 매치가 되는 고사목들..선계 같다..
신록을 떠나며(강남주)
다시 돌아보는 마음에
물감이 배인다.
푸르고 싱싱한 언덕을 내려오며
공연히 쓸쓸해지던
우리들의 청춘 시절
그래, 그랬었지.
헤어지는 빛깔은 더욱 푸르고
흔들며 떠나는 손수건은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 법.
연하봉
부게꽃나무
물참대
나래회나무
노루삼..마치 안녕! 하고 인사를 하는 듯..
자주솜대 위에 쏟아지는 싱그러운 햇살..
산책길 같은 하산길..
함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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