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0301'14 민주지산 춘설1

orius 2018. 3. 2. 17:18

겨우내 몹시 추었던 겨울의 막강한 위세가 많이 누그러지긴 했지만

그래도 조석으로는 스멀스멀 기어나와 겁을 주고 있었다..

아름다운 겨울 분위기를 보내는 것도 아쉽지만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컸다..





















길어진 해, 낮의 따사로워진 햇살에서

봄을 고대하고 있었지만 선뜻 겨울옷을 벗어둘 상황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시원스레 내린 비가 쏟아지며 겨울을 쫓아내고,

겨울의 흔적을 말끔히 지우고 있었다.


























워낙 많은 비가 쏟아져 봄비인지, 겨울비인지 헷갈리기는 하였지만

포근한 기온을 몰고오며 폭우성으로 내려

내 몸에 붙어있던 겨울 기운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

















습관적으로 일기예보에 눈이 가고

여지없이 높은 산에는 비대신 눈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른 아침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은 구름이 가득하고

밤새 내리던 비는 그쳐가고 있었다...

혹시나 하며 배낭을 꾸려 출발하였다..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민주지산ㅇ으로 향했다.

산 밑에 도착하니 비는 그쳤고, 날은 흐렸지만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쓴 산이 눈에 들어왔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뛰었다..

















올라갈수록 날이 개이고 햇살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깊어지는 설경을 비춰주기 시작하였다..

눈이 부시고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데코레이션된 상고대에

가위눌리 듯 정신을 잃고 있었다..




















능선으로 오를 때에는 땀에 흠뻑 젖었지만

능선상에는 매서운 찬바람이 뼈속까지 파고들 기세였다..

봄기운이 녹아들은 습설이 얼은 상태라서 러셀을 하는데 저항감이 있었지만

다행히 스패츠를 준비해서 눈을 맞는 강아지처럼 흥분되어

설산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흠뻑 쌓인 설원에 발자국을 남기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갈 때의 즐거움을 사람들은 알까?!

이 순간 이곳에 올라와 이 행위를 하지 못하면

돈을 천만금 준다해도 맛볼 수 없는 행복감이다..

그것도 운이 좋아야 1년에 한,두차례..















사람은 혼자가 되었을 때 외롭다고 한다.

온통 설세계, 겨울 왕국에 갇혀 혼자가 되었다.

흔한 새소리, 몰려다니는 버스 산행객들 무리조차 없이

온통 하얀 세상에 들리는 것은 거센 바람소리뿐..

하지만 이 고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감이지 외로움은 아니었다..

한 순간 혼자 마주오던 산행객이 고독감을 깼다.

스패츠를 준비하지 않아 고생을 하고 있었다.



































폭설 수준의 설경에 갇혀 앞으로 서서히 나아가나

다리 따로, 몸 따로, 머리, 가슴 따로 놀고 있었다.

민주지산 정상이 눈앞에 다가왔다..

몇 컷 사진을 찍고나니 카메라 셧터를 누른다는 것이 무의미하였다..















오 마이 갓...

와우..

죽이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갑기념  (0) 2018.03.02
0301'14 민주지산 춘설2  (0) 2018.03.02
0228'18 향일암 변산바람꽃  (0) 2018.02.26
0228'18 향일암에 핀 노루귀꽃   (0) 2018.02.26
빙폭으로 변한 불일폭포  (0) 2018.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