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만 나면 산으로 기어올라가지만 가끔은 횡재를 하는 때도 있다..
특히 오늘같이 쉽게 볼 수 없는 비경을 혼자 독차지하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날이 그렇다..
민주지산 정상...
그곳은 감히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아니고
마치 신들의 세상 같았다..
살면서 언제 이렇게 가슴 뻥 뚫리고,
가슴이 녹아날 정도의 희열을 느껴봤는가?!
몸을 얼릴 한기와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고
내 스스로 얻은 성취감이기에 더 가슴이 터질 듯한 것이다..
흰색 하나만으로 채색된 드넓은 세상이 발 아래에서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햇살 가득, 바람마저 잦아들고, 그 흔한 인적마저 없는
순백의 세상, 순백의 고요와 정적...
잠깐이지만 내 몸과 마음 속까지 새하얗게 되어있었다..
편하게 앉아 점심으로 먹던 컵라면, 한라봉, 그리고 커피...
내 인생 최고의 휴식시간이었다..
또 언제 맛보랴 싶어 배낭을 꾸리기가 아쉬웠다..
가장 고마워해야 할 것은 내 다리, 심장과
썬그라스, 스패츠, 아이젠이 아닐까 싶다.
없었더라면 어려웠을 행복 산행이었다..
햇살이 설원 위에 쏟아지고 있었다.
눈이 부시고 바람이 없어지니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산길로 접어드니 몇 산행객들이 땀을 흘리며 지친 발걸음을 하고 있었다..
설원 위에 길게 드리워진 나무의 그림자들이 평화스러워 보였다..
인간들은 눈 조각 하나라도 가리고 덮어 피하려 하는데
자연은 눈을 통채로 받아들여 아름다움을 창조해낸다.
노박덩굴 열매의 도드라진 새빨강이 아름답다..
한겨울의 고뇌가 가득 담겼던 오전의 산능선..
오후의 계곡에는 봄기운이 가득하고 평화스러웠다..
눈이 녹아 내리고, 얼음장 사이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류에도
생기가 가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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