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앉은부채꽃

orius 2017. 2. 23. 14:06

아직 바깥 날씨는 춥고, 이따끔씩 눈이 내리기도 하는 겨울.

겨우내 얼어붙었던 동토는 아직 녹을 기미조차 없어 다른 들풀들은 아직도 동면 중인데

앉은부채는 일찍 깨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목하 고민 중이다..


다행히 습기가 많은 음지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목마를 걱정은 없는데

다른 들꽃들이 한창 필 때 바깥 세상으로 나가면

꽃잎도, 꽃대도 없고, 향기도 없이 오히려 악취가 나는 저를 누가 알아보고

짝짓기를 시켜줄까?!?!


그러기 전에 나가서 할 일 없는 파리라도 꼬셔보려고

꽃대에 저장된 녹말을 분해시켜 만든 열로 언땅을 녹이고 나온다..

꽃을 불상의 광배처럼 생긴 불염포로 둘러쌓고 나니

섭씨 2도 정도로 유지가 되어 바깥보다 3-15도 정도 따뜻한 포장마차가 되었다.


아직은 벌, 나비가 나올 때는 되지않았지만

먹을 것 없고 추운 때인지라 추위와 허기진 파리, 곤충들이 이따끔 찾아들어온다..

춥고 배고픈데 악취쯤이 대수랴..


그렇게 하여 이뤄진 하루의 인연으로 자손을 퍼트려 종을 보존하고

다음 생을 기약하는 꽃..

얼룩지고, 악취나고 꽃답지 않다고 어둠의 자식들처럼 취급당하지만

한 생의 꽃을 피우기 위해 딱딱한 동토를 뚫고 올라와

알을 깨트리고 성기를 드러내 억겁의 인연을 이어가나니...


저 앉은부채는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꽃은 꽃다워야한다는 관념으로 바라보는 순간 존재감을 잃고 말 것이다..


이른 봄 겨울잠자던 곰이 깨어나 먹을 것을 찾다가

파릇파릇한 이 앉은부채 이파리를 먹는다고 곰풀이라고도 하고

둥근 이파리가 땅에 붙다시피 있어 앉은부채라고도 불린단다..


비록 보잘 것 없고 향도 좋지않아 꽃말은 '그냥 내버려 두세요'이지만

속마음은 동토를 녹이는 불타는 정열과 화염을 가진 따스한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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