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가 싶더니 날씨가 갑자기 나빠졌다.
특히 높은 산에는 기온이 영하로 급감하고 거센 바람까지 어우러져
체감온도가 장난이 아닐 것 같아 나설 기분이 아니다.
꽃소식을 따라 남해 섬지역을 가볼까 하다가
봄은 찾아가거나 기다리지 않아도 계속 물밀 듯 쏟아져 들어와 일상이 될 것이 뻔하지만
겨울은 물러가면 앞으로 1년을 더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에
오히려 겨울의 끝자락을 잡아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또 춥다고 따스한 곳을 찾는 안일함보다는
오히려 그 추운 날씨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다는 오기가 발동하여
그래, 높은 산 겨울 속으로 가보자..하고 나섰다.
인생사 늘 선택의 순간들에서 고민을 하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려운 조건 속으로 나서기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나서면 자기 합리화 과정을 거쳐 극복해내면서
오히려 더 기분이 명쾌해지고 희열을 느끼게 된다..
산 아래 주차장에 갈 때까지 겨울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더니
산으로 들어가면서부터 한 겨울 속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다..
불과 몇 십분 차이로 바깥 세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이다..
여기는 봄기운 출입금지 구역이라도 되었던가?!
할미밀망의 씨방을 아름답게 분단장 시켰고..
언제나 눈을 화운데이션 삼아 뒤집어쓰고 즐기고 있는 듯한 산죽은 경이로움의 대상이다..
쭉쭉 뻗은 잣나무들이 주는 간결하게 정돈된 느낌이 좋다..
극한의 겨울을 비웃고 있는 겨우살이의 강인함..
능선에 오르니 겨울 동화 속으로..
요즘에는 신설을 밟아보는 정취도 점점 적어진다..
어느 동물 발자국일까?!
동물들에게도 산행을 즐기는 얼리버드가 존재할까?!
나는 그 원시적 자연을 즐기러 올라가는 것이다.
따스한 곳에 틀어박힌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걷지않은 길을 걷는 기분, 그 느낌을 알까?!
대피소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조물주의 눈보라를 이용한 예술 작업은 계속 진행중...
드디어 민주지산 정상..
산은 인간들을 오지못하게 막아놓고 빅아트 라이브 쇼를 하고 있었다..
가지 않으면 보지 못하느니..
지금 이순간 여기에 와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아직은 뒷걸음치거나 도망가는 비겁자가 되지않으리..
먼훗날 그 해 , 그 겨울에 그 산 정상에서 눈보라와 대적하던 때를 기억하리..
그래.. 춥다면 벗어보자..힘들면 올라보고, 아프면 도전해보고..
모든 사람들이 쉽게 볼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명소가 아니듯
이러한 신들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산신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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