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저녁에 핸폰 만지작 거리다 문득 눈에 띄던 사진 한 장과 제목..
속리산에 때아닌 눈이 내려 장관이라는...
봄 소식도 만날 겸 아랫녁으로의 산행지를 고르던 중이었으니
눈에 확 띄인 것은 어쩜 당연하였겠다..
밤새 영하의 기온이 유지되면 눈이 녹지않고 그대로 있을 듯하여
봄산을 포기하고 설경을 맞으러 새벽 일찍 산으로 출발하였다.
6.30분 속리산에 도착하였지만
기대와 달리 눈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고,
먼 산능선은 희뿌연 구름 속에 숨어서 보이지않아 급실망..
이른 새벽, 인적이라고는 전혀없는 오리숲, 법주사, 세조길을 거쳐 들어가는 동안
주변은 그동안 내렸던 비로 흠뻑 젖어있기만 하였다.
세심정을 거쳐 문장대로 올랐다.
증간쯤 오르니 녹다 남은 잔설이 듬성듬성 보이더니
8-9부쯤에서부터 설경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기대감에 반해 점점 쌓여가던 실망감이 말끔히 씻겨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서설이 계속 내리고 있고...
봄철에 때 아닌 춘설을 즐길 수 있었다니...
계획대로 이뤄진 100% 만족산행을 했을 때의 즐거움..
자료 수집 및 기획부터 행복한 산행은 시작되는 것이다..
이른 새벽 법주사로 향하는 오리숲에 정적과 고요함이 가득하였다..
늘 인파가 북적거리는 곳이기에 혼자 즐기는 호사스러움이 생소하기도..
비에 젖어 짙어진 색감의 단풍잎들이 마치 꽃송이들 같다..
팔상전..
적막감에 휩싸인 경내 부처님의 미소가 더 여유로워 보이고
아직 어두움이 겉히지 않은 탓에 황금색의 불상이 더 돋보이고 있었다..
구름에 가려져 산과 능선은 보이지 않고, 게다가 눈의 흔적이라고는 더더욱..
수원지에 담긴 물에도 산의 반영과 더불어 고요와 적막감이 가득..
구분이 잘 되지않는 실상과 허상..
비에 젖은 단풍잎들이 더 짙게 보이나, 눈을 기대하고 왔기 때문에 별로..
점점 불안감이 쌓이는채로 세심정, 깔딱고개, 가게를 헐떡거리며 지나 길을 더듬어 올랐다..
얼마를 더 오르자 상황이 급반전..오우 마이 갓...
봄기운과 꽃소식이 속속 도착하고 있는 속세와 달라도 너무나 다른 설경에 말문이 막히기 시작..
8.30분 문장대에 도착..
화북쪽에서 올라온 등산객 몇 분뿐..고요하고 온통 하얀세상이다..
바위와 나무들이 눈을 흠뻑 뒤집어 쓰고 있다..
봄꽃 소식에 사람들의 이목이 그쪽으로 집중되니
봄기운에 쫓겨 나가던 겨울이 시샘이라도 하는 듯..
인적이 전혀없다..
서설은 계속 내리며 마음을 흔들고..
문득 '적요하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 흐드러진 하얀 세상을 나 혼자만 이렇게 즐겨도 되는 것인지..
내리는 눈이 가려질만한 바위 아래에서 브런치를 먹고 커피를 마셨다.
마치 먼 나라로 해외등반을 온 느낌이었다..
쌓인 눈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나있는 길이 마치 망망대해에서
항로를 밝혀주는 등대불빛 같다..
춘설이 봄꽃들에 빼앗긴 시선에 분풀이라도 하듯 마구마구 꽃폭탄을 쏟아놓았다..
취한다..
어지럽다.
꽃보다 더 진한 겨울의 향기..
취해서 걷다, 서다를 반복..
동굴 밖은 또 다른 피안의 세계같다..
10.30분 천황봉 직전 갈림길에서 하산 시작..
내려오기 시작하면서 점점 옅어지는 설세계..
그 중간지대를 통과할 때 '툭툭'소리를 내며 떨어지던 눈덩이들이
눈폭탄 같기도 하고, 지는 눈꽃송이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중간쯤 내려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봄으로 돌아와 있었다..
11.30분 주차장에 도착할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을 했다.
잠깐 맛있게 꾸었던 백일몽 같았던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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