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칠연계곡의 겨울1

orius 2018. 2. 8. 15:04

어릴 때부터 경험해오던 겨울은 비록 춥기는 했지만

올 겨울 날씨에 비하면 꽤나 낭만적이었던 것 같다.


첫눈 오는 날에 만나자던 약속과 설레임..

겨울철 길거리에서 뽀얀 수증기를 뿜어내며 맞아주던 호떡, 오뎅국물, 군고구마..

눈오는 거리에 퍼져나던 크리스마스 캐롤, 카드, 연하장..

동심 우러나던 배불뚝이 눈사람, 삼한사온, 추녀끝마다 매달린 고드름..


귀가 아프게 듣던, 그래서 더 무심해진 지구 온난화라는 말..

이러다가 겨울마저 실종되어 눈도, 추위도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던 반면,

온난화가 오면 오히려 빙하기가 도래한다는 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애써 외면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온 겨울은 그 동안 우리가 느꼈던 그 겨울과는 너무 달랐다.

추위의 강도가 훨씬 더 예리하였으며, 아예 퍼질러앉아 세상을 얼려버려

사회 여러면에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감기, 독감, 폐렴, 사망으로 이어지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대형 화재, 교통마비, 특히 사회 취약, 소외계층의 심각한 피해..


입춘이 지나면 해가 많이 길어지고 따스한 봄소식도 전해질만할텐데

동장군은 견고하게 우리나라를 움켜쥐고 있으면서 산꾼들의 산행길마저 막아서고 있다.


오늘은 그나마 맑은 하늘과 따스한 햇살이 보여 산으로 들어가보았지만

바람은 매몰찼고, 산과 계곡마저 꽁꽁 얼어 신음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덕유산 칠연계곡을 들어가는 길..

눈길 위에 정렬된 나무 그림자가 정겹다..



                               계곡 주변에 있는 물길마다 꽁꽁 얼어붙어 빙폭 전시장이 되었다.



영롱한 빛을 반사해내고 있는 눈알갱이들..






신비로운 마크로의 세계는 우리가 간과해버리고 마는 조물주의 숨겨둔 비밀..




계곡의 입술..






                                   용추폭포






시린 하늘이기에 더 도드라지는 단풍잎의 빨강..



절대 녹일 수 없도록 단단히 얼려진 계곡..


















내린 눈이 녹지않고 채곡채곡 쌓여있다..






설원에 수를 놓은 듯한 단풍나무잎새의 그림자..



빙폭들이 햇살을 받으면 온화해보이고, 햇살이 없으면 음험해보인다..



                      배가 고팠던지 사진을 찍는 것에 개의치않고 열심히 나뭇가지를 쪼으고 있던 딱따구리









혹한이 무색할 정도로 진초록을 뽐내고 있던 개비자나무






흘러내리던 물결의 파동..



얼마나 추웠길래..흐르던 물결까지 항복을 받아낸 혹한..















얼음 뒤로 세차게 흘러내리는 폭포수..






혹한이 남긴 여러 모양의흔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