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에는 눈이 적었다.
매년 겨울마다 흔해서 지겨웠던 그 겨울이 차~암 적었다..
있을 때는 모르다가 없어지면 귀함을 알게 된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황량하기 그지 없었던 산야..
겨울 실종을 아쉬워했는데..
눈이 왔다는 반가운 소식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산마다 CCTV가 있으면
산의 상황을 잘 알고 선택을 할 수 있으련만
어느 산에 눈이 많을 지..
정말 원하는 만큼 멋진 설경이 있을 지..
고민하다가
그래도 만만한 게 덕유산이었다..
홀로 안성 칠연계곡으로 차를 몰아갔다.
다가갈수록 짙어져가는 설경..
내가 내린 선택이 good choice가 되는 순간만큼
기쁨도 없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발걸음이 빨라졌다.
어젯밤에 과하게 마신 술의 흔적들이
아직도 날숨, 위장, 근육, 뇌 속에서 스멀스멀..
게다가 인,후두부마저 쌔하게 불편하다.
목감기가 시작되는 듯하였으나
흐드러진 설경에 금방 잊어버렸다.
설경에 취해
쉴 틈 없이 그들을 쫓고,
따라 올랐다..
어느 산이든 가자고 하면 따라 나섰던
산을 사랑했던 친구 인섭이가 세상을 등졌다..
어찌 슬픔뿐이랴?!
허망함,
아쉬움,
놀람,
아련함,
애절함...
장례식장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술잔을 마다하는 주변 친구들마저 원망스러웠다.
건너편 남박사와 둘이서 잔이 비우기 무섭게
따르고 털어넣었다.
내가 술을 좋아하고 마시는 이유이다.
이제 하늘이 부르면 언제든 따라가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좀 이르지 않은가?!
얼마나 당혹스럽고 아팠을까?!
루게릭...
원인도, 치료도 불명인 불치의 병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 몸부림을 쳐 볼 여유조차 없어짐을 알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결정이었을까?!
남에게 추해져가는 뒷모습을 보이기 싫었고
스스로에게도 용납이 되지않을
마지막 자존심이었으리라...
그래도
화사한 꽃들이 필 때까지는
좀 더 있다가지...
몇 년전 무척 춥던 겨울 년말
지리산 천왕봉 일출 산행을 하러
새벽 4시부터 중산리-천왕봉을 올랐었다.
산야가 눈과 추위로 가득했었다.
장엄한 일출에
붉게 물든 지리산의 황홀한 모습을
함께 지켜보던 일...
단풍 흐드러진 설악 공룡능선 1박2일 산행을 함께 하며
희운각에서 멋진 밤, 술, 그리고 아름다운 단풍 산행...
행복해하며 활짝 웃던 모습이 생생한데...
호젓함을 방해하는 단체 산행객들을 피해
동엽령에서 무룡산 쪽으로 접어드니
조용해졌다.
나도 홀로
산도 홀로..
산과 내가 친구가 된 듯 더 친근감이 들었다.
아름다운 설경도 느낌에 따라
외로움, 고독, 슬픔, 허망을 나누기도 한다..
단 하룻만에 세상을 이렇게 바뀌다니..
단 하룻만에 인생 하나가 없어져 버렸다니..
세상은 단순하지도,
우리에게 호의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햇살의 열기가 올라가면서
계속해서 눈꽃이 툭,툭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落花..
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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